코람코신탁 매각가 1600억 적정한가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부동산 경기 하락·수주 부진…최근 기업가치 하락
코람코자산신탁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의류기업 LF가 선정되면서 매각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LF는 코람코자산신탁 지분 46%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16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100%로 환산할 경우 3500억원 수준이다. 최근 3~4년간 부동산 호황이 이어지면서 몸값이 크게 올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코람코 EBITDA 672억원


4년전 까지만 해도 코람코자산신탁의 실적은 현재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4년 매출액 531억원, 영업이익 19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6.5%다. 부동산 가격이 꿈틀되기 시작한 2015년부터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5년 735억원에 이어, 2016년에는 역대 최대인 1268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매출액은 1241억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61억원으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률은 50%를 넘었다. 올해도 상반기에 매출액 609억원, 영업이익 339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다만 재무건전성은 다소 악화됐다. 2014년 426억원에 머물던 부채총계는 올해 6월말 기준 2204억원으로 다섯 배 이상 늘어났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37%에서 89.1%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외부 금융회사로부터 받는 대출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2017년 실적을 기준으로 할 경우 코람코자산신탁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672억원이다. LF가 제시한 인수가를 토대로 코람코자산신탁의 전체 기업가치(EV)는 3500억원 수준이다. 즉, LF가 인수금액을 모두 회수하는데 5.2년이 걸리는 것이다. 제조업의 경우 EV/EBITDA가 8~10배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인수가가 오히려 낮게 책정된 셈이다.


하지만 신탁업의 기업 가치를 산정할 때 제조업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신탁업은 부동산 경기 흐름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크다”며 “금융업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제조업에 적용하는 EV/EBITDA 방식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신탁사의 기업 가치와 비교해보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토신 7200억, 한자신 5500억원


현재 주식시장에 상장된 신탁사는 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 등 두 곳이다. 이중 업계 1위인 한국토지신탁의 최근 주가는 2800원 안팎으로 시가총액은 7200억원 규모다. 역대 최고 수준의 주가를 기록한 것은 2015년 7월로 이후에는 꾸준한 하향세다. 최근 1년간 주가도 1000원가량 하락했다.


한국자산신탁의 주가 흐름도 비슷하다. 최근 주가는 5400원 안팎으로 시가총액은 5500억원 규모다. 지난해 7월말 9500원이 넘던 주가가 최근 1년 새 4000원 이상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규제 강화와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증가, 시장금리 인상 등이 이어지면서 신탁사의 몸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며 “신탁사 기업 가치는 지난해 정점을 찍은 뒤 하향세가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에 이어 업계 4위로 평가받는다. 2위인 한국자산신탁의 기업 가치와는 약 2000억원 차이가 난다. 이는 코람코자산신탁의 최근 신규 수주가 부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신탁사의 미래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신규 수주 순위에서 코람코자산신탁은 2016년 4위였지만 지난해에는 7위로 세 계단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신규 수주 금액도 1000억원에서 700억원으로 300억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코람코자산신탁은 최근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을 진행하면서 잠재부실과 리스크가 증가했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지난해 신규 수주에 소극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규성 회장의 리더십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탁사 관계자는 “지난해 코람코자산신탁을 퇴사한 인원이 40명이 넘을 정도로 회사 내에서 이 회장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왔다”며 “한때 선두권을 유지하던 업계 순위도 4위까지 내려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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