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망경]
고려해운
독특한 지배구조, 재미는 창업주 2세가 봤다
②오너-전문경영인 2세간 배당수익 10배 이상 차이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9일 17시 0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고려해운그룹의 오너일가인 전문경영인 2세 그룹(박정호 회장·박주석 이사)과 창업주 2세인 이동혁 전 회장 간의 가외수익 격차가 최대 13배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박 회장 등이 실질적으로 그룹을 지배하곤 있지만 이동혁 전 회장이 그룹 배당의 원천인 고려해운 지분을 다량으로 보유하는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고려해운그룹의 지배구조는 박정석 회장과 박주석 이사→그룹 지주사 고려에이치씨→고려해운→고려해운항공 등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과거에는 고(故) 이학철 창업주와 이동혁 전 회장이 그룹을 지배하다 전문경영인 출신인 박현규 해사문제연구소 이사장과 신태범 KCTC 회장이 지분을 역전시키며 경영권을 획득한 것. 현재 그룹의 실소유주인 박정호 회장과 그의 동생 박주석 이사는 박현규 이사장의 자녀로 2012년 고려해운을 지배하는 지주회사 고려에이치씨를 설립, 그룹을 거느리고 있다.


이 같은 지배구조 확립은 오너일가 간 배당수익에 큰 영향을 끼치는 재료가 됐다. 고려해운 지분을 직접 쥐고 있는 이동혁 전 회장은 천억원대 배당을 받아간 반면, 실질 오너들은 지주회사를 거치는 구조로 온전히 이익을 누리지 못해서다.


먼저 고려해운은 2021년과 2022년도 사업연도 중간·결산배당으로 총 3950억원을 주주들에게 안겼다. 팬데믹 기간 컨테이너 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덕분에 2021년과 지난해 각각 1조4526억원, 1조8586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낸 결과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2대 주주인 이동혁 전 회장(40.87%)은 2년간 1614억원의 배당수익을 올렸다.


반대로 박 회장 일가는 큰 재미를 보진 못했다. 박정석 회장의 경우 2년간 그룹사로부터 얻은 배당이익은 242억원, 박주석 이사는 126억원 수준으로 이동혁 전 회장 대비 각각 15%, 7.8%에 그쳤다. 그나마 박 회장의 배당 규모가 컸던 것은 동생과 달리 고려해운 소수지분(2.8%)을 손에 쥔 덕이었다.


이는 고려해운에 비해 고려에이치씨의 배당여력이 크지 않았던 영향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고려에이치씨는 자회사 고려해운이 2021년도에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음에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 사업연도의 경우 53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하긴 했지만 고려해운(2500억원)대비로는 21.2% 수준에 머물렀다. 고려해운서 받는 배당 외에는 이렇다 할 수익원이 없는 순수 지주회사인 영향이 컸다. 지난해만 봐도 고려에이치씨는 고려해운의 실적 향상에 힘입어 7791억원의 지분법이익을 냈지만 연말 현금성자산규모는 202억원에 그쳤다. 지분법이익은 장부상 이익으로 실제 기업의 현금창출력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 같은 오너일가 간 배당격차는 추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해운은 벌어들인 이익을 기반으로 곧장 배당을 실시할 수 있지만 고려에이치씨는 작년 말 잡혀 있는 1조4154억원에 달하는 미처분이익잉여금또한 실질적으론 장부상 이익이란 점에서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
잠망경 5건의 기사 전체보기
고려해운 2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