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대 카카오]
김범수 이해진, 다른 듯 비슷한 발걸음
양쪽 모두 이사회 물러나 글로벌 역점 선택...대학부터 경영까지 닮은꼴 행보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7일 08시 2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왼쪽)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출처=카카오, 네이버)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다른 듯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대학 동기부터 시작해 국내 최대 규모 IT기업 창업, 다양한 사업 분야 진출에 이어 글로벌 사업에 힘을 싣는 것까지 닮은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16일 카카오에 따르면 29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남궁훈 대표이사 후보자를 정식 선임하기로 했다. 더불어 이때 김 의장도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면서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서 글로벌 사업 확대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런 인사 변화는 네이버의 과거와 유사한 면이 있다. 앞서 이 GIO는 2017년 3월 네이버 의사회 의장에서 사퇴했고 당시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새로 선임됐다. 그때 이 GIO는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는 이유로 북미와 유럽 시장 개척을 제시했다. 김 의장의 결정과 움직임이 이 GIO의 행보와 그대로 겹쳐진다. 


김 의장과 이 GIO이 함께하고 또는 따로 한 과거 행적을 보면 두 사람의 행보가 왜 엇비슷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지를 이해할 수 있다. 


먼저 두 사람은 서울대학교 공대 96학번 동문이다. 삼성SDS에도 1992년 같이 입사했다. 벤처창업 열풍이 불던 1990년대 말 김 의장은 한게임을, 이 GIO는 네이버컴을 각각 창업하면서 CEO가 됐다. 


두 사람은 2000년 한게임과 네이버컴 합병으로 같은 배를 타게 됐다. 그 뒤 공동 대표이사로서 김 의장은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를, 이 GIO는 검색과 포털사이트 부문을 총괄하면서 합병법인인 NHN의 성장을 함께 이끌었다.


NHN이 2004년 대규모 조직개편을 실행하면서 이 GIO는 CSO(최고전략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김 의장은 짧은 단독 대표 시절을 거쳐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면서 당시 최휘영 각자대표에게 국내 사업을 맡기고 자신은 해외 사업을 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은 한게임의 일본 진출 등을 이끌었고 2005년에는 미국법인인 NHN USA를 신설했다. 2007년 1월에는 NHN 대표에서 NHN USA 대표로 보직을 변경하기도 했다. 그동안 이 GIO는 CSO로서 회사 사업 전반과 향후 비전을 챙기는 역할을 수행했다. 


두 사람의 길은 김 의장이 2007년 8월 NHN을 떠나면서 엇갈리기 시작했다. 당시 김 의장과 이 GIO의 갈등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이런 소문과 관련해 김 의장은 2011년 기자간담회에서 "전혀 그렇지 않고 안전하기 때문에 오히려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의장의 퇴사 이후 이 GIO는 NHN을 국내 검색포탈 선두회사로 굳건히 세웠다. 


김 의장은 NHN이 한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잠시 가족과 미국에서 휴식 시간을 보냈고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와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세웠다. 그리고 2010년 3월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NHN은 2011년 모바일메신저 '라인'을 선보였는데 당시 이 GIO가 라인 개발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의장은 2014년 네이버의 경쟁 포털인 다음과 합병을 결정했다. 김 의장과 이 GIO가 각자 선점한 길에서 상대를 뒤쫓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그 뒤로도 김 의장과 이 GIO가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금융, 커머스, 콘텐츠 등 여러 분야에서 카카오와 네이버는 비슷한 길을 갔다. 다만 네이버가 라인의 이점을 살려 해외 사업을 꾸준히 키우는 동안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국내 사업 확장에 역점을 뒀다.


그러나 카카오가 2020년 문어발 확장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르자 김 의장은 해외 사업을 돌파구로 낙점했다. 앞서 네이버도 2013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겪자 이 GIO가 2014년 강연에서 "라인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승부를 볼 수 있게 됐다"며 글로벌에 힘을 실은 전례가 있다.


비슷한 곡선을 그리던 김 의장과 이 GIO는 글로벌 사업에서 다시 만났다. 양쪽 모두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면서 카카오와 네이버의 글로벌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두 기업은 웹툰과 웹소설을 비롯한 콘텐츠 사업을 중심으로 일본과 미국, 동남아, 유럽 등에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김 의장은 카카오의 온라인 만화서비스 '픽코마'가 성공한 일본을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는 직원 메시지에서 "앞으로 픽코마가 콘텐츠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카카오 공동체 글로벌 성장의 핵심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GIO는 네이버가 앞서 진출한 북미와 유럽 중심으로 해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인수합병 전문가인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전임자인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는 유럽사업개발 대표를 맡아 유럽 시장 개척에 힘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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