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은행을 바라보는 여의도의 시각
채권시장 '낙관론'의 또 다른 배경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7일 08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사실 금리동결 시점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지난 23일 사석에서 만난 IB업계의 한 임원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이날 한은이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금리를 동결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는 "정부가 경기 회복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니 한은도 온전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여의도의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전했다.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은행은 이번 기준금리 동결의 핵심 논리로 역시나 '물가'를 앞세웠다. 이창용 총재는 "한은이 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를 동결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금리 인상을 통해 가길 원하는 '물가 경로'"라면서 "3월부터는 물가가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대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예상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5%로 0.1%포인트 낮췄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기준 전년동월대비 5.2% 올라 전월(5.0%)보다 상승 폭이 확대된 상태다.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이달 기준 4.0%로 올라섰다. 한은의 '물가 경로' 자체에 대해서도 시장에서 의구심을 나타내는 이유다. 선제적으로 속도 조절에 나섰던 미국도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자 연방준비제도 내에서도 매파적인 메시지가 거듭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 역전이 지속되면서 지난달 외국인의 채권 투자금 순유출은 6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었다. 금리 역전 폭이 1%포인트를 웃돌고 있는 데다가 역전 기간도 수개월째 지속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환율도 다시 1300원대로 치솟았다. 시장 안팎에서 "한은이 정부 눈치를 보는 것 아니고서는 동결하기 어려운 시점"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와 한은의 '역학관계'를 향한 눈초리는 사실관계와 무관한, 시장 일부의 '불순한'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보고 느끼는 것은 그 자체로 새로운 변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일종의 '왝 더 독'(Wag the Dog)이다. 


정부 입김이 한은에 닿는다고 시장이 느끼는 한, "금리 인상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는 엄포는 시장에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아니나 다를까. 금통위 당일부터 채권시장 금리는 이틀 내내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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