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걸린 'SK온' 곳간…"매출보다 투자지출 많네"
확정된 투자지출 예정액 16조…IPO는 2025년 이후 진행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1일 08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곳간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개월간 지출한 현금만 1조9065억원에 달한다. SK온은 현재 빠르게 공장을 늘려가고 있지만, 양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향후 2~3년 동안은 매출보다 투자지출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적인 현금조달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SK온은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지난해 물적분할한 이후 약 3개월동안 1조6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손실은 3102억원, 순손실도 238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SK온이 배터리 공장 증설 등 빠르게 외연 확장에 나서면서 투자금으로 상당부분 자금을 사용했고, 아직 배터리 생산량이 많지 않아 매출 실현이 크지 않은 탓이다.


◆ 지출 예정 시설투자금 '16조원'... 현금 빠르게 소진


(자료=SK온 제공)

SK온은 2025년 220기가와트시(GWh), 2030년 500GWh 수준으로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거점 지역별로는 ▲미국(150GWh) ▲유럽(92.6GWh) ▲중국(77GWh), ▲국내(5GWh) 등 지속적인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SK온이 배터리 공장 신·증설에 계획한 총 투자금액만 23조원이다. 배터리사업에 나선 2011년부터 현재까지 약 6조9605억원 상당을 지출했는데, 앞으로 생산 목표를 달성하려면 16조원 가량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


SK온 시설투자 계획.(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문제는 SK온이 가진 현금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다. 3개월 동안 영업활동만으로 9142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투자금까지 모두 포괄하면 2조원 이상의 현금을 사용했다. 차입금으로 약 2363억원을 조달했지만, 1조9065억원의 현금 소진을 메우진 못했다.


SK온은 지난해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분할하면서 약 3조원 가량의 현금을 가져왔다. 3개월이 지난 12월 말 남아있는 현금은 1조1164억원이다.


개별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보면 현금 소진 속도는 더욱 빠르다. 지난해 SK온은 약 2조원의 현금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지출한 현금이 1조6683억원이다. SK온 관계사들이 지출한 대부분의 현금은 SK온에서 나온 셈이다. 개별 기준 SK온에게 남은 현금은 3317억원이다.


◆ 영업활동으로 현금확보 어려워…프리IPO, 투자유치 '주목'


가장 좋은 현금 마련 방법은 영업활동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SK온은 배터리 판매로 인한 극적인 수익성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빠르게 배터리 공장 증설 등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제품이 생산·판매되기까지는 시일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현재 공장을 건설 중인 헝가리 제3공장과 옌청 2공장은 2024년, 미국 자체공장인 제2공장은 2023년, 포드와 합작회사인 블루오벌SK와 터키 공장은 2025년은 돼야 양산에 들어간다. 올해 헝가리 2공장(10GWh)과 조지아 1공장(9.8GWh) 등 일부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수익 개선이 힘을 보탤 예정이지만, 생산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다.


SK온은 올해 4분기면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 전망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 문제 이외에도, 차량용 반도체 이슈, 배터리 소재 가격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쳐 당초 계획보다는 소폭 미뤄진 시기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설비 확장 계획, 인력충원 문제 등이 있어 단기적으로 SK온 영업이익에 부정적"이라며 "2022년 4분기 흑자전환 가이던스는 유효하며 흑자전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업으로 현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SK온은 기업공개(IPO)나 회사채 등을 통해 현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자금조달 수단인 IPO는 2025년 이후로 논의되고 있다. 프리IPO와 재무적투자자(FI), 전략적투자자(SI) 유치에 기대를 걸어봐야 하는 상황이다.


SK온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프리IPO 협상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거래 성사를 목표로 협상이 진행 중이다. 김 부회장은 "자체적인 리소스(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어 프리IPO도 예정하는 것"이라며 "프리IPO 금액은 언론에서 나오는 것(3~5조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를 유치하는 방법도 계속 논의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롱텀FI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투자자를 유치할 것"이라며 "2025년까지 충분히 설비투자를 진행하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기차시장 급성장, 매력적인 투자처


하지만 2025년 이후를 기약하기에는 SK온 재무상태가 '발등에 떨어진 불' 격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SK온 차입금 의존도는 41.4%다. 상장사 평균 차입금 의존도가 2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그 수치가 매우 높다. 일반적으로 차입금 의존도가 40%를 넘어가면 재무건전성이 위험하다고 평가한다. 추가적인 자금 차입은 재무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SK온 차입급 현황.(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반면 현재 SK온의 재무상황이 열악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매력적인 투자회사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친환경 사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해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전기차 산업이 급속도로 커지는 상황에서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SK온의 성장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 SK배터리아메리카는 지난해 10억달러 수준의 한국물 ESG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SK배터리아메리카는 미국 내 배터리 생산 법인으로, SK온의 100% 자회사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눈에 보이는 재무상황은 좋아보이지 않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SK온 투자는 매력적인 카드"라며 "투자유치가 시작되면 시장 선호도는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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