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원들의 불안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철수, 고용불안 뿐만 아니라 고객 불안으로도 이어져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8일 07시 5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요즘 은행원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거든요."


최근 몇몇 자리에서 만난 은행 직원들은 이렇게 말했다. 보통의 직장인들이 느끼는 불안과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들어 보니 그게 아니었다. 불안의 핵심은 은행업의 미래와 연결돼 있었다. 나이가 어린 직원일수록 고민의 무게는 더욱 컸다.


최근의 흐름들은 그 불안을 여실히 설명해 주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들은 비은행 부문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수익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반면 은행 부문의 몸집은 줄이고 있다. 3분기 금융지주들의 실적에서 두드러졌던 영업경비이익률(CIR) 하락은 상당부분 기존 은행 사업의 축소에 기반했다. 은행 점포를 폐점해 운영 비용을 줄이고, 인력 효율화를 추진하면서 비용을 절감한 것이다.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은 '몸집 줄이기'를 넘어서 아예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의 소비자금융에서 손을 떼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출구전략 추진이 난항을 겪자 지난 25일에는 소비자금융 사업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4월 씨티그룹이 13개국 소비자금융 출구전략 추진을 발표한 이후부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던 노조는 이번 철수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반기를 들었다. 그러나 파격적인 희망퇴직 시행안 등을 언급하며 이들의 불안을 '딴 세상 일'로 간주하는 시선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은행원들이 겪을 변화는 곧 금융소비자들이 겪을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철수는 직원들의 고용 불안뿐만 아니라 씨티은행 소매금융을 이용했던 고객들의 불안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은행업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은행 업무의 비대면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소매금융 부문의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씨티은행 노조는 직원들의 고용 안정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들과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도 소비자금융 청산에 반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철수가 향후 국내 은행들이 마음대로 수익이 저조한 사업을 폐지할 수 있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은행원들의 불안에 얼마나 공감하든간에, 고객 입장에서도 변화의 속도에 맞춰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사진=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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