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남매의 난
카카오, 조원태 우군 中 숨은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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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고점에 팔아 200억 단기차익 실현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6일 08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카카오가 한진칼 경영권 다툼에서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기고 있다.


대한항공 지주사 한진칼은 오는 27일 정기주총을 진행한다. 거의 3달 가까이 재계를 뜨겁게 만든 승부가 이날 결판 난다. 지난 24일 법원의 판결로 현 경영진의 의결권 지분율은 36.25%를 유지한 반면, '3자 주주연합(조현아·KCGI·반도건설)'의 정기주총 지분율은 기존 31.98%에서 28.78%로 축소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이끄는 현 경영진이 승리에 바짝 다가선 셈이다. 정기주총이 다소 싱겁게 끝날 가능성도 커졌다.


하지만 조 회장과 우군들도 마냥 기뻐할 수 없다. 3자 주주연합이 올 8~10월 임시주총을 목표로 지분 모으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 측은 현 시점에서 나란히 40%대 초반 지분율을 확보했다. 임시주총 개최를 가정하면 서로 대등한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는 적은 지분율로 카메오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초 대한항공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한 뒤 블록딜 방식으로 한진칼 주식을 1% 가량 매입했다. 올 초에도 1%를 더 산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조 회장 측 우군으로 분류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양 진영이 이번 정기주총에서 소수점 차이로 울고 웃을 가능성까지 제기돼 카카오의 의결권 지분율 1%가 조 회장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였다.


이후 3자 주주연합의 핵심 인물인 강성부 KCGI 대표가 카카오 설득에 나섰고, 카카오는 결국 이달 초 주식 일부 처분과 함께 "경영권 다툼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립 의사로 해석됐다. 지분율은 기존 2%에서 0.5%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카카오는 주총 일주일여를 앞두고 한 번 더 입장을 바꿨다. 주식을 이미 매도했더라도 정기주총 의결권 1%는 살아있다. 카카오 측은 이에 대해 "의결권 자문사의 평가와 사업 관계를 고려해 투표하겠다"고 최종 정리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 측에 1%를 쓰겠다는 얘기다.


업계는 카카오가 주식 처분으로 인해 200억원 안팎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가속화되면서 한진칼 주가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코로나19로 모든 기업이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현실에서 목돈을 쥐게 됐다. 이에 더해 법원 판결 전,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기로 방침을 공식 발표하면서 대한항공과 사업적 관계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조 회장의 백기사인 델타항공이 이달 초 14.90%까지 한진칼 지분율을 늘리고 중단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진칼 유통 주식량이 15% 내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카카오가 주식을 1~2%라도 다시 취득하면 임시주총에서 한 번 더 카메오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조 회장 입장에서 새 우군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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