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남매의 난
어머니 이명희·동생 조현민, 복심은
둘 합쳐 지분 약 12%…캐스팅보트 부상
이 기사는 2020년 01월 31일 19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제언 기자] 한진그룹을 둘러싼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누나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주요주주인 KCGI, 반도건설과 연대를 구축하며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칼을 빼 들었다. 둘이 합쳐 지분 약 12%를 가지고 있는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사진)과 막내 조현민(조에밀리리) 한진칼 전무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태 회장 중 누구의 편을 들어주는지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가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기보다는 함께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 크리스마스 난동, 남아있는 앙금


현재로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 주요주주인 KCGI와 반도건설을 뺏긴 상황에서 어머니 이명희 고문과 동생 조현민 전무와의 관계도 다소 껄끄럽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크리스마스. '막장 드라마'에서 볼 법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들이 모친의 집에 찾아가 벽난로 불쏘시개를 휘두르며 물건을 부순 사건이다. 재벌가에서 벌어진 일이라 신문지상을 장식했고 그 곳이 한진가라 더욱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해당 사건으로 한진가의 지분구도는 어느 정도 명확해졌다. 조원태 회장이 난동을 부린 이유가 모친인 이명희 고문이 조현아 전 부사장 편을 들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호사가들에게도 이미 조원태 회장이 모친과 남매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한다는 소문은 파다했다. 결국 '조원태 vs. 조현아, 조현민, 이명희'로 가는 구도로 그려지는 듯했다. 


패륜아로 남을 뻔한 조원태 회장은 사건을 재빠르게 봉합했다. 피해자인 모친과 공동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을 낸 것이다. 화합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이었다. 이로써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는 공식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있는 상태다.


◆ 고 조양호 회장 유훈과 가족 화합 강조할 듯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는 각각 5.31%(314만1137주), 6.47%(382만8727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둘이 합쳐 12%가까운 지분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셈이다. 조원태 회장이건 조현아 전 부사장이건 큰 힘이 될 수 있는 지분들이다.


조원태 회장은 델타항공이나 카카오, 정석인하학원이나 재단 등이 우호지분이라고 가정하면 22%정도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KCGI, 반도건설와 연합한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32%정도의 지분을 가진 점 고려하면 12% 지분은 조원태 회장에게는 절실한 지분일 수도 있다.


칼자루를 쥔 이 고문으로서는 아쉬울 게 없다. 누구를 택하건 고인이 된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가족의 화합을 또다시 강조할 여지도 있다.


이 고문이 '수렴청정'을 하지 않더라도 한진 남매들에게 지분 권력을 당분간 휘두를 수도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이 이 고문을 위한 '효도 대잔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이 고문은 조현아 측에 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더이상 추락할 곳 없는 한진가가 변화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계기를 조현아 전 부사장이 명분상 마련했기 때문이다.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개선하겠다는 조현아-KCGI-반도건설이 명분에서 조원태 회장을 앞설 수 있다는 논리다.


IB업계 관계자는 "KCGI는 대한항공의 경영 문제를 지적해왔고 이같은 점이 개선될 여지가 생겼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조현아 전 부사장이 내세운 명분보다 더 큰 실리나 명분을 조원태 회장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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