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이케미칼 상폐 2차 시도도 무산…소액주주 "상폐 결사 반대"

[김진욱 기자] 도레이첨단소재가 자회사 도레이케미칼의 상장 폐지를 위해 2차 공개 매수에 나섰지만 필요한 지분 확보에 실패했다. 상장 폐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벽을 넘지 못해서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지난 5월22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진행한 도레이케미칼 지분 2차 공개 매수에서 141만2177주를 추가로 확보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도레이첨단소재가 보유한 도레이케미칼 주식은 89.91%로 늘어났지만 상장 폐지를 위해 필요한 지분 확보에는 미치지 못했다.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서는 상장법인의 최대주주가 발행주식 총수의 95%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도레이첨단소재가 도레이케미칼의 지분 매입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소액주주들의 반발 때문이다. 도레이케미칼의 상장 폐지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은 '마지노선 5.1'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지분 '5%+1주' 이상을 확보해 도레이케미칼의 상장 폐지를 저지하겠다는 것. 이들은 이미 지분 6% 이상을 확보했다.


마지노선 5.1 이동훈 대표는 "도레이첨단소재는 웅진케미칼을 인수할 당시 향후 회사를 상장 폐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고 공개 매수가격을 일방적으로 책정해 소액주주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소액주주 측은 단순히 공개 매수가격이 낮아서 도레이케미칼의 상장 폐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사측의 공개 매수에 절대 응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 대표는 "도레이케미칼이 보유한 수(水) 처리 기술 등은 미래 전망이 밝아 성장성이 높다"면서 "상폐가 되면 한국은 기술개발에서 제외돼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도레이첨단소재가 도레이케미칼의 상장 폐지를 추진하며 내세운 이유는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서다. 상장사 특성 상 의사결정 시 주주총회 등을 통해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데, 이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데 단점으로 작용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도레이첨단소재의 상장 폐지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이재혁 연구원은 "법적 절차를 밟은 정당한 상장 폐지는 자유지만, 해외 자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해 상폐시켜 버리는 것은 한국 경제 발전에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면서 "한국 투자자에게 가야 할 이익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이나 다름 없어 한국경제에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일본 종합화학기업 도레이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다. 2013년 11월 웅진그룹으로부터 웅진케미칼을 인수해 지난해 3월 사명을 도레이케미칼로 변경했다. 도레이케미칼은 올해 2분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한 185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69억5000만원, 당기순이익 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4%, 28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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