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 경영 3막
오너 2세 '불명예 퇴진' 집안 내력?
④형 정문원, 경영 실패·동생 정도원은 사법 리스크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4일 16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삼표그룹 오너 2세가 25년여의 간격을 두고 각기 다른 이유로 불명예 퇴진할 위기를 맞았다. 앞서 정문원 전 회장이 문어발식 사업확장 후유증으로 자리에서 내려왔다면, 그의 동생인 정도원 現 삼표 회장(사진)은 법적 제재로 인한 경영권 승계 가능성을 키우고 있어서다.


삼표그룹은 故 정인욱 창업주가 1952년 강원도 태백시에 세운 강원탄광을 모태로 하는 기업집단이다. 정 창업주는 이후 연탄, 물류, 콘크리트 관련(골재, 레미콘 등)사업을 확장하면서 그룹을 도내 유력 기업으로 성장시킨 한편, 오너 2세로의 승계작업도 시작했다. 당시 후계자는 창업주의 장남인 정문원씨다. 정씨는 1970년대에 그룹에 입사, 이사·전무·부사장·사장 등을 거쳐 1989년 강원산업그룹(現 삼표그룹)회장에 올랐다.


정씨는 강원산업그룹을 철강을 위시한 중공업집단으로 키우는 데 집중했고 그룹은 199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30대 대규모 기업집단에 지정(26위)될 만큼 사세를 확장했다. 하지만 신사업인 중공업을 키우느라 부채관리를 등한시 한 가운데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그룹은 이내 공중분해 됐다. 전 계열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철강부문 등 일부 계열사는 현대그룹에 넘어가며 정문원 시대는 막을 내렸다.


얼마 남지 않은 계열사는 정씨의 동생인 정도원 회장이 수습, 현재의 삼표그룹에 이르게 된다. 정 회장은 일단 정문원씨가 보유했던 레미콘 계열사 삼표(現 삼표산업)지분을 확보, 이곳을 개인회사화 했다. 이어 2000년대 건설붐을 계기로 그룹을 재건했고 2015년에는 동양시멘트(現 삼표시멘트)인수를 통해 건설 기초소재부문의 수직계열화도 완성했다. 본업 성장·M&A(인수합병) 결과 정 회장은 산표그룹을 삼표산업, 삼표시멘트, 동양시멘트, 삼표레미콘 등 30개 계열사를 거느린 준대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으로 키워냈다.


정 회장은 전임과 달리 그룹의 내실을 다졌단 측면에서 재계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실제 삼표그룹사는 대기업집단 재지정과 동시에 지난해 기초사업소재 중심기업이란 악조건에도 4.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나름 탄탄한 수익성을 자랑했다. 아울러 작년 말 그룹의 부채비율 역시 기준 95%에 그치는 등 정문원씨 집권 말기인 1999년 말(628%)와는 결이 다른 재무안정성을 자랑했다. 재계는 이 같은 삼표 2세 간의 차이를 두고 '형 보다 나은 동생이 나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경영실적과 별개로 정도원 회장 역시 형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커졌단 점이다. 정 회장은 작년 1월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근로자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사망한 사건 관련, 중대산업재해 대비 매뉴얼 마련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재판은 24일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본격화됐으며 3심까지 진행될 경우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삼표그룹 관계자는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1947년생으로 이미 고령(76세)인 데다 사법리스크도 본격화 된 만큼 자의든 타의든 아들인 정대현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길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실제 정대현 사장은 개인회사인 에스피네이처를 동원, 2020년부터 그룹 주력회사인 삼표·삼표산업(現 통합삼표산업) 지분을 꾸준히 취득해 오는 등 승계작업을 본격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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