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감원장과 금융사 CEO들의 '이상한' IR 동행
각종 금융사고 쏟아지는데 피감기관 해외 IR 동행···실효성도 의문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9일 08시 5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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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내달 중순 주요 금융사 CEO들과 함께 유럽으로 투자설명회(IR)를 떠난다. 유럽의 금융 중심지로 꼽히는 영국 런던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원장이 금융사 수장들과 함께 해외 IR에 동행하는 것은 지난 5월 싱가포르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3개국을 방문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번 IR에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박종문 삼성생명 사장,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등이 동행할 예정이다. 지난 IR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참석했는데, 이번 IR을 통해 4대 금융지주 수장들이 모두 글로벌 IR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


유럽 진출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금융사들은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 사격에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로 감독기관장이 피감기관의 해외 투자 유치에 나서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치 감사원장이 피감기관의 행사에 따라 나서는 격이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금감원장의 IR 동행에 대한 눈초리가 더욱 따갑다. 금융권에 횡령과 주가조작 등 각종 사고가 이어지면서 금감원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고 있어서다. 감독기관장이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고심해야 할 시점에 피감기관의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행사에 동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이 원장 취임 이후부터 불거진 금감원 월권 논란의 연장선상이란 비판도 있다. 지난 5월 싱가포르 IR에 이 원장의 동행이 논란이 되자 금융당국은 해당국의 감독당국이 인허가 체계 등을 결정짓는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내 감독당국 수장의 방문이 해외 진출 설득에 더욱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설명에도 규제에 관한 내용을 설명하는 건 금감원장보다는 금융위원장이 돼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견이 대다수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 원장이 동행하는 해외 IR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분위기다. 국내 금융주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가장 큰 우려는 금융사들에 대한 당국의 규제 우려다. 만약 해외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국내 금융사들의 주주환원 자율성 등을 언급한다고 해도 그대로 믿기 어렵지 않겠냐는 평가다.


당국이 금융사들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금융사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력을 갖추더라도 주주환원정책에 있어 당국의 '허락'을 구해야 하는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이 원장의 '지원 사격'이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피감기관과 감독기관 사이에는 적정한 거리가 필요하다. 감독기관이 피감기관에게 도를 넘는 지시를 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감독 의무를 뒤로 하고 피감기관 쪽에 서서도 안 된다. 최근 감독당국의 행보를 보면 '거리 두기' 감각이 다소 무뎌진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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