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앞뒤 안맞는 우리銀의 해외 부동산펀드 자율조정
'내부통제 강화' 강조했지만···불완전판매 감추고 '피해자 선제 보상'만 강조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5일 09시 3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제공=우리금융)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우리은행이 홍콩 오피스 빌딩 펀드에 투자한 '시몬느대체투자전문사모투자신탁제12호' 관련 고객 손실을 일부 보상해주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해당 펀드를 총 765억원 판매했는데,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되자 자율조정을 실시해 40~80%까지 보상해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자율조정 이후에는 운용사를 대상으로 구상권 청구와 중순위 채권 추심을 검토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이와 같은 조치를 고객피해 및 신뢰 회복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 업계 또한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절차를 밟는 동안 판매사들이 배임 우려에 절차 뒤에 숨어 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은행이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보상에 나서는 선례를 쌓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우리은행이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해 '명확하지 않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통상 판매사가 선제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손실을 배상한 행위에 대해서는 내부 검사를 진행한 뒤 판매사의 과실이 명확할 때 사적화해의 수단으로 자율조정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본다.


반면, 우리은행은 이번 펀드의 경우 앞서 판매한 펀드와 달리 투자자들에게 위험 상품이라는 안내가 충분히 이뤄졌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손실 중 일부를 보상하면서 과실을 인정한 셈이 됐지만,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을 흐리고 있다.


이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우리은행이 최종적으로 불완전판매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질 경우 이번 자율 배상은 "불완전판매 등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고객 손실 보전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55조 위반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자본시장법에 예외 조항이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르면 위법행위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 사적 화해가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고 밝혔다. 또 금융사의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금감원에서도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적 화해 방식으로 고객 피해를 최대한 예방하는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금감원이 사적 화해 방식을 통해 투자 손실을 보전한 한 증권사에 대해 검사에 나선 것을 보면 문제 소지가 없지는 않다는 지적이 금융업계에서 나온다. 금감원은 이번 건에 대해서도 "우리은행이 선제적 배상을 한 배경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우리은행이 불완전판매 여부 등이 확실히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례적으로 선제적 보상에 나선 이유는 뭘까. 일부에서는 우리은행에서 해당 펀드를 판매한 30여명의 고객들이 초고액 자산가(VVIP)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은행이 사모펀드 사태에서 금감원 분조위의 판정을 받은 이후 수용하는 형태로 보상해 온 것과 다른 형태라는 점에서 일종의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또,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취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만큼 잡음이 발생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말도 나온다. 조 행장은 취임과 함께 WM영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우리은행이 지난 수 년간 사모펀드 불완전판매로 어려움을 겪은 만큼 리스크를 안고 가기보다 발빠르게 손실을 보상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결국 불완전판매에 대한 내용은 쏙 빼고 발 빠른 피해자 구제에 나서고 있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은행은 펀드 운용 과정에서 부실 가능성을 감지하는 등 사후 추적을 했지만, 해외 실물 투자 건인 만큼 조치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사전에 이와 같은 위험이 감지됐다면 해당 상품을 판매하지 말았어야 하는 게 맞다.


최근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실효성 강화를 위한 혁신 방안을 내놓으며 '99.9%가 아닌 100% 완벽한 내부통제 달성'을 목표로 언급했다. 그러나 잘못을 숨기고 대외 이미지 관리를 위한 보상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면, 우리은행이 과거의 실수를 떨치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노력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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