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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호반그룹 제재 실효성 있나
과징금 608억, 각 법인이 부담···이익 취한 총수 일가 처벌은 '無'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9일 16시 0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반그룹 사옥. (제공=호반건설)


[딜사이트 정호창 부국장]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5일 호반그룹에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룹 주력사인 (주)호반건설을 비롯한 계열사들이 창업주인 김상열 전 회장의 두 아들인 김대헌 그룹 총괄사장과 김민성 호반산업 전무가 각각 소유한 회사들에 공공택지를 대규모로 양도하는 등 부당내부거래 행위를 해 온 것에 대한 제재 조치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가 부당내부거래 사건에 대한 과징금 부과 사례 중 삼성웰스토리(2349억원), SPC그룹(647억원)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사안이 가볍지 않았다는 의미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 사장 등이 호반기업 지배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 2세 소유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계열사들이 '벌떼입찰'을 통해 확보한 공공택지 사업을 몰아준 것은 물론이고 ▲관련 자금의 무상 대여 ▲PF대출 무상 지급보증 ▲공동주택 건설공사 이관 등 가용한 방법을 총동원했다.


이런 내부 지원에 힘입어 김 사장 소유의 호반건설주택은 단기간에 그룹 주력사인 호반건설보다 큰 규모로 성장했다. 이어 2018년 12월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김 사장이 합병 법인(호반건설)의 지분 54.73%를 확보함으로써 사실상 경영권 승계 작업을 완료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국민의 주거안정 등 공익적 목적으로 설계된 공공택지 공급제도를 악용, 총수 일가의 편법적 부의 이전에 활용한 행위에 대한 적발 및 제재'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정위의 자평에 공감할 국민들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부당 지원에 가담한 계열사들에 대한 제재만 있을 뿐, 이를 통해 가장 큰 이익을 본 총수 일가에 대한 처벌은 전혀 없는 탓이다.


공정위는 그룹 총수인 김 회장을 검찰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당지원 행위인 공공택지 전매가 2010년 1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이뤄져 공소시효 5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호반그룹 편법 승계에 대한 적발과 제재가 너무 늦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임을 인식한 듯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나섰다. 원 장관은 공정위 제재 발표 다음날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호반그룹의 '벌떼입찰'과 관련한 국토부의 추가 조사와 경찰·검찰 수사 의뢰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호반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충분한 단죄가 이뤄질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경제 검찰'로 통하는 공정위가 이번 조치와 관련해 공공택지 낙찰을 위한 벌떼입찰 자체를 문제 삼지 않은 데다, 국토부 의뢰에 따른 검·경 수사에서도 총수 일가에 대한 형사 처벌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김 회장은 자산 규모 14조원대의 그룹 경영권을 거의 무자본으로 2세에 승계하는데 성공했다. 정상적인 지분 승계 과정을 거쳤다면 부담했어야 할 천문학적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공정위 과징금도 총수 일가의 주머니와는 무관하다. 호반건설을 비롯한 계열사들이 법인 자금으로 책임지면 된다.


공정위 제재는 부당·불법 행위에 대해 시장에 울리는 '경종'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종 대신 편법 승계에 대한 '면죄부'를 떠올리는 사람이 적잖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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