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정근수 신한은행 부행장 체제로 IB사업을 재정비한 뒤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 4차산업 시대에 맞춰 IB에서 통용되던 기존 패러다임을 수정하는 것까지 진행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7년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신한라이프, 신한캐피탈 등 그룹 내 4개 계열사의 IB 조직을 매트릭스 형태로 결합한 신한 GIB(Global & Group Investment Bank)를 꾸렸다. GIB의 전신은 2012년 설립된 신한 CIB(Corporate Investment Bank)다.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어 다양한 딜에 참여하자는 뜻에서 4년 전 글로벌의 'G'를 앞에 내세운 GIB로 명칭을 바꾸고 새출발했다. 각사 IB 인력들이 여의도 신한금융투자에 모여 단일회사 체계로 움직이고 있다.

신한 GIB 역시 다른 금융회사 IB처럼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를 맞아 리스크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IB계에서 잔뼈가 굵은 정 부행장이 GIB부문 그룹장으로 온 뒤 최근의 대내외적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은 물론, 실적에선 오히려 지난해를 넘어선 역대 최대 이익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신한 GIB는 출범 첫 해인 지난 2017년 영업이익 3028억원을 기록한 뒤 2018년 4791억원, 2019년 6825억원으로 늘려나갔으며 지난해 9063억원을 찍었다. 올해는 사상 첫 1조원에 도전하는 중이다. 신한 GIB 관계자는 "GIB 출범 뒤 연평균 38%의 높은 성장률을 드러내고 있다"며 "올해는 상반기에만 약 5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연간 조 단위 이익 가능성을 알린 것.

정 부행장 체제에서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대비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991년 입행한 정 부행장은 20여년 신한은행 경력 중 대부분을 IB에서 쌓아온 인물이다. 신한금융이 2017년 GIB를 만들 땐 투자금융본부장을 맡아 그 해 판교알파돔시티 사업, 이듬해 GTX-A 사업을 총괄하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그룹 내)다양한 계열사 인력이 모이다보니 그동안 이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인사들이 신한 GIB를 맡아왔는데, 정 부행장은 다르다"며 "IB 경력이 화려한 만큼 성과를 낼 수 있는 인물이 온 셈"이라고 평가했다.

정 부행장 체제 아래에서의 신한 GIB가 그리고 있는 청사진은 4차산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경제 지형이 바뀌고, 비대면이나 메타버스 같은 새로운 산업이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는 만큼 IB사업에서도 이를 반영하겠다는 얘기다. 신한 GIB 관계자는 "인수금융 시장에서도 EBITDA, PER 같은 전통적인 가치평가론을 뛰어넘어 고유한 기업가치를 발견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거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신성장사업 부문에서도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것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신한 GIB는 지난 4월 신한리츠운용과 함께 로지스밸리와 손을 잡고 물류센터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연내 사모 리츠를 설립한 뒤 1~2년 내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4차산업 중 하나인 '스마트 물류'에도 신한 GIB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셈이다.

신한 GIB는 조직의 미래상도 짜고 있다. 특히 해외 명문 프로스포츠 구단처럼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고 있다. 좋은 IB하우스가 되면 실적과 명성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얘기다.

신한 GIB 관계자는 "장기적인 지향점은 '일류 명문 GIB'가 되는 것"이라며 "명문 구단들처럼 고객들이 열광하고, 플레이어들이 앞다퉈 들어오고 싶어하는 곳으로 발전하고 싶다. 이런 조직을 만든다면 재무적인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기대했다. 

김현기 기자 mercury@pax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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