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택진이형, 주가가 왜이래?
부진한 리니지 형제, '블소2' 형평성 있는 운영 통해 인식 바꿔야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4일 08시 5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설동협 기자] 국내 게임 대장주로 불리는 엔씨소프트의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하다. 지난 2월 1주당 100만원을 웃돌며 액면분할에 대한 기대감까지 나왔지만, 최근 주가는 80만원 초반대에서 긴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 3일 종가 기준 엔씨소프트 주가는 82만원으로, 고점 대비 21.7% 가량 하락한 상태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한 달간 단 1거래일을 제외하곤 모두 순매도세를 보였다. 거래규모로 보면 약 2598억원 가량을 순매도한 상태다. 기관투자자들은 이달 들어서도 이같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12월 강한 순매수세를 보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상반되는 모습이다. 

엔씨소프트 판교 R&D 사옥

잘 나가던 엔씨소프트 주가에 제동이 걸린 까닭은 뭘까. 표면적으론 장기간 신작 부재에 따른 미래 성장 동력의 불확실성이 꼽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어 보인다. 


'리니지'란 게임이 있다. 소위 게임에 관심 없다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법한 작품이다. 엔씨소프트의 대부분 수익이 여기에서 나온다. 리니지는 유행을 타지 않는 게임으로 불린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리니지는 우스갯소리로 '쉬어갈 순 있어도, 접을 순 없는 게임'이라는 말이 나온다. 다시 말해 지속적인 매출을 올려주는 '충성 고객'이 많다는 의미다. 


이는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실적이 증명한다. 지난해의 경우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최대규모다. 최근 몇 년간 이렇다 할 대작급의 신작 타이틀 없이도 꾸준한 실적 우상향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엔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양날개가 든든히 떠받쳐 준 덕분인 셈이다.


문제는 리니지 충성 고객이 올해 들어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리니지M 주요 과금요소인 '문양' 업데이트가 화근이 됐다. 리니지는 게임 내 '재화의 가치'가 잘 유지된다는 게 장점으로 꼽혀 왔는데, 해당 업데이트를 통해 이 체계가 흔들려 버린 것. 이를 계기로 기존 리니지 과금 체계에 대한 충성 고객들의 불만들이 속출하면서 '패키지 불매' 운동으로 번졌다. 


지난 3월 안드로이드 기준 '리니지M'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18만7822명 규모다. 직전 달과 비교하면 25%가량 줄어든 수치다. 리니지2M 역시 같은 기간 11% 줄어든 8만5053명 가량에 그쳤다. 두 게임 모두 계절적 요인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성 고객들의 불매 운동에 따른 감소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엔씨소프트의 올 1분기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잇따라 나오면서, 주가 횡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건은 올해부터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외 또 다른 대작 타이틀 '블레이드&소울2'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만 기존 리니지와는 좀 다른 운영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이용자들은 이미 리니지를 통해 '엔씨소프트'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간 상태다. 아무리 신작이 나온다 하더라도, 예전처럼 쉽게 지갑을 열 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게임 내 재화의 가치를 보전하고 형평성 있는 운영을 실천하는 것. 엔씨소프트에 신뢰를 잃은 이용자들을 다시 돌이켜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그것이 엔씨소프트 주가 반등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으로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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