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네버슬립]
뉴욕워치
흔들리는 미국 경제의 버팀목들
실적에서 은행 위기 여파 드러난 지역은행들, 대출 축소할까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1일 08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미국 증권시장이 경기침체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이번 은행 위기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지역은행이 잇따라 실적을 발표하며 우려를 키운 겁니다. 실제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도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고요. 여기에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전날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며 증권시장에 하방압력을 더했습니다.


하나씩 볼게요. 먼저 어제에 이어 잇따라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지역은행 소식입니다. 트루이스트는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은행 위기 여파로 인해 수익성이 급감한 거죠. 예금도 줄어들었는데요. 이 은행의 평균 예금은 4084억 5800만 달러로, 직전 분기 대비 1.2% 줄어들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6% 감소했고요.


피프스 서드 뱅크코퍼레이션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피프스 서드 뱅크코퍼레이션의 평균 예금 잔액은 1분기 기준 1606억 4500만 달러입니다. 직전 분기에 비해서는 0.3% 감소한 수준이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4.8% 줄어든 겁니다. 게다가 피프스 서드 뱅크코퍼레이션의 예금 비중을 보면, 지난해와 달리 주나 지방정부 기금, 중개인 소개로 받은 자금이 크게 늘었습니다. 예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처럼 지역은행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하나둘 드러나자,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도 이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블랙스톤의 조나단 그레이 COO는 CNBC에 "예금 압력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들이 갈수록 더 보수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며, 이는 경기를 더 둔화시킨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예금 감소로 대출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들과의 업무 제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지역은행들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셈입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놓은 베이지 북에 실린 내용과도 일맥상통해요. 전날 발표된 베이지 북에는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동시에 규모도 줄이고 있다는 소식이 담겼습니다. 이처럼 대출의 문이 좁아지면 많은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기업들도 소비자들도 대출을 통해 돈을 유치할 수 없게 되니까요. 특히 고강도 긴축으로 인해 이미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현시점에서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돌아섰을 때 경제가 단숨에 침체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 이날 나온 경제지표도 경기침체 우려를 키웠습니다. 이날 콘퍼런스보드는 경기선행지수(LEI)를 발표했는데요. 전월 대비 1.2% 하락한 108.4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11월 이후 약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거죠. 게다가 12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특히 지난 6개월 동안은 더욱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했어요. 콘퍼런스보드는 올해 중순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콘퍼런스보드의 저스티나 자빈스카-라 모니카 선임 매니저는 "경기선행지수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약세를 보였다"며 "이러한 경기둔화는 향후 몇 달 안에 미국 경제 전방위에 퍼질 것"이라고 진단했어요.


그동안 미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노동시장도 서서히 식고 있습니다. 미국 노동부는 이날 지난주(4월 9~15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4만 5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주보다 5000건 늘어난 수치로,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보다도 높았습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청구건수는 6만 1000건 급증한 187만 건을 기록했는데요. 지난 2021년 11월 이후 최고치였습니다. 이 수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실직자들이 새 일자리를 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예요. 물론 역사적으로 볼 때는 비교적 낮은 수준이지만, 한동안 과열 상태였던 노동시장이 식고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정리하자면 미국의 경제가 침체되지 않도록 버티고 있던 소비와 노동시장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위기로 타격을 입은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여버리면 소비와 노동시장이 모두 타격을 입을 수 있어요. 이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죠. 슬슬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나오는 가운데 경기침체 공포가 더해지며 증권시장에도 불안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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