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벤처캐피탈 포럼]
"민간투자 확대 위한 정책지원 늘려야"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인책 확대해야"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2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30일 2024 딜사이트 벤처캐피탈 포럼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딜사이트)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국내 모험자본시장이 커질수록 출자 구성 다변화가 필요하다. 이번엔 연기금이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지원 도입이 필요하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국내 모험자본시장의 해묵은 숙제인 출자 구성 다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모험자본의 확대가 향후 국가 산업경쟁력 향상으로 직결되는 만큼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태생적 특성 상 안정성에 무게를 두는 연기금이 적극성을 끌어올리면 민간 투자 역시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1994년 모니터컴퍼니 컨설턴트, 1997년 ING 베어링증권 기업금융부장, 2000년 굿모닝신한증권 M&A부 팀장을 역임하고 2011년부터 현재까지 자본시장연구원에서 근무 중이다. 2009년 켈리포니아 주립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에서 재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선임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고 있다.


◆민간 모험자본 투자 늘었지만…"GP 출자 집중 여전"


박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30일 딜사이트가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노스팜CC에서 개최한 '2024 딜사이트 벤처캐피탈(VC) 포럼 : 벤처투자시장의 펀딩·회수전략 점검'에서 "민간의 모험자본 투자는 꾸준히 확대하고 있으나 모태펀드와 위탁운용사(GP)의 출자 비중이 여전히 높다"며 "미국과 영국의 모험자본시장과 비교하면 민간의 출자가 열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VC펀드 출자자 중 한국벤처투자와 성장금융 등 정책자금의 비중은 2016년 38.7%에서 지난해 27.7%로 꾸준히 감소했다. 하지만 연기금, 공제회 등의 출자 비중이 다소 낮고 GP의 출자 비중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그는 "미국과 영국에선 엔다우먼트(기금), 재단, 국부펀드, 패밀리오피스(투자전문계열사) 등의 투자 비중이 국내 시장 대비 높은 편"이라며 "사모 모펀드와 상장 모험자본 투자기구의 출자 비중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외 시장에선 사모 모펀드와 상장 모험자본 투자기구의 출자가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은 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와 VCT(Venture Capital Trust) 등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에서 민간 모험자본 투자 유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운용자산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는 게 박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1980년 BDC 도입 초기 시장의 관심이 제한적이었지만 2020년 말 115개까지 늘었다"며 "상장 BDC 50개의 운용자산 규모는 890억달러(약 123조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 역시 1995년 VCT 도입 후 개인의 벤처투자 참여 문턱을 낮췄고 그 결과 중소기업의 만성적 자금 부족을 해결하는데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민간 모험자본 공급 촉진을 위해 'K-BDC' 도입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나 관련법이 국회에 머물러 있는 등 속도가 더딘 편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모태펀드 등 정책 모펀드가 민간출자자(기업) 일임방식 출자전문 모펀드를 운영하거나 이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내놓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정책자금 의존도가 높아 이에 대한 발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퇴직연금 투자 확대, VC투자 안정성 입증 필요"


민간모험자본 투자 확대를 위해선 연기금, 특히 퇴직연금의 투자 참여 확대가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게 박 선임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국내 퇴직연금의 지난해 적립금 규모가 378조원에 이르는 만큼 관련법과 환경이 개선되면 연기금에 새로운 투자 마중물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에서 민간 출자사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퇴직연금의 VC 투자를 허용하면서부터"라며 "영국 역시 미래 세대의 연금소득 증진을 위해 퇴직연금의 성장형 자산 투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은 이미 상당수의 민간 펀드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게 박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일정 규모 이상을 자랑하는 대형 펀드에나 해당하는 얘기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올해 최대 1조5500억원을 국내 사모펀드에 출자하지만 중소형 펀드 투자는 여전히 규모가 작다는 게 박 선임연구위원의 지적이다.


개인의 노후 대비를 위해 만들어진 퇴직연금은 다양한 규제에 갇혀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법은 퇴직연금에 대해 투자금지 대상이 아닌 모든 원리금비보장자산에 투자를 허용하고 있으나 VC 투자에 해당하는 비상장주식 투자는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는 "퇴직자산을 VC펀드에 투자할 경우 상당한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정서가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VC펀드의 출자금 중간회수 및 유동화 설계 등 VC펀드 수익률의 안정성 입증을 위한 정책적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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