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 대표, 자사주 안 사는 이유
전사적 주가 방어에도 굳게 닫힌 지갑…승계 위해 지주사 지분 '중요'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4일 14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하 코오롱모빌리티)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표이사인 이규호 사장(사진)은 주가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에 전혀 나서지 않고 있다. 재계에선 코오롱그룹 차기 회장이 유력한 이 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보단 지주사 주식 보유에 더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코오롱글로벌의 자동차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출범한 코오롱모빌리티는 올 1월31일 코스피 시장에 재상장했다. 상장 첫 날엔 시가(3750원) 대비 30% 오른 4875원에 장을 마감했으며, 5거래일 만인 2월7일엔 주가가 724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별다른 호재가 없던 터라 곧 우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견조한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당일(7월24일)에도 주가는 3690원으로 오히려 하락했고, 현재 3900원대 안팎을 오가고 있다.


재계에선 코오롱모빌리티가 전방위적으로 주가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고 분석 중이다. 임원들을 대상으로 첫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한 데다 재무실장이 직접 나서 주식을 매입했단 이유에서다. 특히 코오롱모빌리티가 출범한지 고작 반 년 가량 지났을 뿐더러 본체였던 코오롱글로벌을 비롯해 그룹 상장사 모두 스톡옵션 지급을 중단했단 점에서 주가 부양 의지가 적잖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먼저 코오롱모빌리티는 지난달 21일 전철원 각자 대표이사 사장과 김도영 재무실장, 김휘규 경영지원실장 등 5명의 임직원에게 총 106만주를 지급했다. 세일즈와 애프터서비스(AS) 사업을 전담하는 전철원 사장은 이규호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 중이다. 스톡옵션 행사기간은 오는 2026년 3월21일부터 2031년 3월21일까지며, 행사 시점의 주가가 1만원 이상일 때에만 주당 5000원의 가격으로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주가 부양(기업가치 극대화)은 스톡옵션을 행사하기 위한 선행 조건인 셈이다.


코오롱모빌리티 재무실장인 김도영 상무는 지난 8일 이 회사 주식 1만5000주(0.02%)를 사들였다. 취득단가는 주당 3746원으로, 총 5260만원 어치다. 회사 측은 "미래에 기업가치가 오를 것이란 김 상무 개인 판단에 따른 투자일 뿐"이라고 밝혔으나, 사내이사인 김 상무의 자사주 확보가 주가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계는 회사의 이 같은 노력에도 이규호 사장이 좀처럼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단 점에 대해 다소 의아하단 시각을 견지 중이다. 오너 4세인 이 사장이 맡은 첫 번째 계열사 대표이사이자, 그의 임무가 회사의 미래 전략 수립과 신사업 발굴, 재무 역량 강화 등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까닭이다. 주가 부양 역시 이 사장이 주도해야 할 역점 과제다.


이 사장이 코오롱모빌리티 주가 부양을 위한 사비를 투입 여부에 물음표가 붙는 배경은 이 사장이 코오롱모빌리티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그룹 지배력을 가진 ㈜코오롱 주식이 더 필요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코오롱그룹 내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규호 사장으로의 승계 절차가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이나 코오롱인더스트리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이 사장이 보유 중인 그룹사 주식이 부친 이웅열 명예회장 개인회사 '어바웃피싱'(10%) 뿐이란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막대한 규모의 승계 자금을 부담해야 하지만, 배당은커녕 급여에만 의존하고 있는 탓에 자금력이 충분치 않아서다. 이 명예회장이 소유한 주식 가치는 약 1500억원이며, 이 사장이 이를 받으려면 증여세 명목으로 약 9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 명예회장의 ㈜코오롱 주식(49.74%)만 받는다고 가정해도 7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쥐고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장이 비주력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코오롱모빌리티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규호 사장의 자사주 매입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일각에선 이규호 사장이 승계에 앞서 경영능력 입증을 위해 코오롱모빌리티 대표를 맡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수입차 사업으로 비교적 쉽게 성과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사장은 10년 넘게 경영 수업을 받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미비하단 게 재계의 중론이다. 이 사장이 코오롱그룹 미래 성장 동력인 수소사업 총책인 점도 같은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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