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알파걸]
SK이노베이션, 김주연·이복희 이사 선임 이유는
③ 전문성·다양성 강화 차원…여성 사외이사 비율 50% 달성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1일 13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금녀의 구역으로 남아있는 곳 중 하나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이사회다. 그런 이사회조차 지난해부터 사정이 바뀌고 있다. 2022년 8월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 이사회를 특정 성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한 개정 자본시장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남성 일색이었던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여성의 발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여성을 사외이사로 뽑고는 있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적정 수준의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주로 회계와 재무, 법률 등의 여성 전문가를 원하는 기업이 많지만 이런 경력을 갖춘 여성을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딜사이트는 여성 사외이사의 선임이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이들의 주요 경력을 분석해보고 여성의 이사회 진출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망해봤다.


(위) 김주연 사외이사, (아래) 이복희 사외이사. (제공=SK이노베이션)

[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올해 3월 SK이노베이션은 김주연 이사와 이복희 이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김주연 이사와 이복희 이사는 각각 마케팅과 에너지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이 단순히 여성 사외이사 확보라는 것을 넘어 특정 분야에 역량을 갖춘 인물들을 영입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에 1명 이상의 여성 이사 선임을 의무화하는 '여성 이사 할당제'를 도입했다. SK이노베이션은 단순히 법 준수를 넘어 적극적으로 여성 이사를 기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발표한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Board Skills Matrix)를 발표하고 김주연 이사의 경우 ▲리더십 ▲글로벌역량 ▲ESG를, 이복희 이사의 경우 ▲리더십 ▲산업 ▲글로벌역량 등을 충족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SK이노베이션이 요구하는 이사회 역량에 맞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1967년생인 김주연 이사는 연세대학교에서 생물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한독약품에 입사해 1995년 한국P&G 소비자시장전략본부 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화장품 브랜드인 SK-II, 질레트, 오랄비, 페브리즈, 팬틴, 헤드앤숄더, 위스퍼 등의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했다. SK-II를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2011년 한국인 최초로 P&G 글로벌 프랜차이즈 브랜드 리더, 한국P&G 사장을 거쳐 P&G 질레트 아시아 총괄대표 부회장을 역임했다. 


김 이사가 SK-II를 담당하며 매장별 월별 매출 확인 업무를 없애버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덕분에 당시 브랜드 직원들은 매출 압박 없이 고객응대를 할 수 있었다. 대신 김 이사는 당시 미스터리 쇼퍼를 운영해 뷰티 카운슬러들의 고객 응대를 평가하며 고객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피부 측정 기계를 구입해 매장에 비치하고 뷰티 카운슬러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며 일회성 고객이 아닌 장기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힘썼다. 


이처럼 30여년간 소비재 업계에 종사하며 성과를 올린 김 이사는 사외이사 선임 당시 SK이노베이션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해왔던 것과 다른 새로운 분야지만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이사회 구성원들과 소통해 SK이노베이션이 더 좋은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이사는 현재 SK이노베이션에서 인사평가보상위원회 위원과 미래전략위원회 위원을 맡으며 회사의 그린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임기는 3년으로 2026년 3월까지다. 


B2C 쪽에만 몸담던 김 이사를 영입한 이유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B2C와 B2B의 경계가 없어진지 오래"라며 "사외이사의 경우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가진 다양한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최종결정 역할만 한다"고 말했다. 


이복희 이사 역시 1967년생으로 20년간 전자재료 분야에 몸담은 에너지 전문가다. 이 이사는 부산대학교에서 화학 학사 학위와 KAIST 석사 학위를 받았다. 아주대에서 MBA를 수료한 후 2001년 다우에 입사해 품질 관리 매니저를 시작으로 제조 및 제품 엔지니어링 매니저 등으로 일했다. 2007년에는 미국 말보로에서 근무하며 원자재 엔지니어링 기능을 아시아로 이전하는데 기여했으며, 2009년에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글로벌 원자재 엔지니어링 분야의 품질 개선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 성과를 거두며 여러 신규 공급 업체를 발굴했다.


이후 다우케미컬 코리아 R&D 센터장과 디스플레이사업부 글로벌 총괄, 듀폰코리아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이 이사는 현재 듀폰코리아 그룹인 롬엔드하스전자재료씨엠피코리아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SK이노베이션에서는 미래전략위원회 위원과 ESG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이사와 마찬가지로 회사가 2025년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 배터리 중심의 그린 포트폴리오 강화와 기존 석유화학 사업의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 전환 등에 힘쓰고 있다. 이 이사의 임기도 3년으로 2026년 3월까지다.


이 이사는 사외이사 선임 당시 글로벌기업을 경영하며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SK이노베이션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 이사는 "다국적기업 그리고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그동안 일을 해 왔다"며 "이러한 경험에서 체득한 새로운 관점을 SK이노베이션 이사회에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등 그린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2026년까지 1조79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회사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은 탈탄소 기반의 전기화와 재활용 에너지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수소·암모니아나 생활 폐기물을 가스화해 바이오 에너지를 만들고 이산화탄소포집·저장(CCS) 기술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회사는 올 초 미국의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시스템 전문 기업인 아모지에 8000만달러(약 10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친환경 에너지 사업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비슷한 시기에 CCS 기술을 개발하는 분리막 가스 기업인 에어레인에도 지분 투자를 했다. 사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연구개발(R&D) 투자액도 증가 추세다. 2020년 480억원이었던 R&D 지출액은 지난해 1236억원까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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