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년 전과 닮은 삼성전자의 혹한기 대응법
인위적 감산 없다지만...2019년 대비 확대된 불확실성 고려해야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9일 08시 1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PDDR5X D램. 사진제공/삼성전자


[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인위적 메모리 감산은 없다"

2019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하락국면 당시 삼성전자는 감산이 아닌 정면 돌파를 택했다. 미국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이 감산으로 공급 조절에 나선 것과 다른 행보였다. 당시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 이상 줄어든 상태였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라인 특성 상 한번 가동을 멈추면 재가동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 업황 반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던 터라 감산을 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대응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2020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일어났고, 서버용 메모리가 강세를 보이며 메모리 가격이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쌓아둔 재고를 통해 폭등한 메모리 수요를 쳐내면서 안정적인 공급을 이어갈 수 있었다. 지속 생산을 택한 삼성전자의 전략이 통한 셈이다.


이달 초 열린 '삼성 테크 데이 2022'에서 삼성전자는 2019년과 같은 대응책을 내놨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미디어 브리핑에서 "현재로서 감산 계획은 없다"며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기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996년부터 이러한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소비 감소 등 불안정한 경제 환경 속에서 또다시 정면 돌파로 메모리 반도체 혹한기를 이겨내겠다는 방법을 택했다. 최근 반도체 사이클이 짧아짐에 따라 업황 반등에 대비해 재고를 축적해 놓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과거 약 3~4년 주기로 상승과 하락이 반복된 반도체 사이클은 최근 1~2년 정도로 주기가 짧아졌다. 메모리 수요처가 기존 PC와 스마트폰에서 자동차, 로봇, 가전 업체 등으로 다양해진 영향이다.


다만 현재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업계에선 내년 상반기까지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내년 2분기까지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3분기는 돼야 회복 기미가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2019년과 달리 현재는 고환율·고금리·고물가와 함께 전세계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팬데믹 특수 같은 폭발적 메모리 수요 확대는 다시 재현되기 어렵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2019년 메모리 혹한기 당시에 설비투자 계획을 유지했던 반도체 업체들이 이번에는 적극적인 감산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마이크론은 감산은 물론 설비투자도 계획 보다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일본 키옥시아는 반도체 웨이퍼 투입량을 30% 가량 줄인 상태다. 이를 고려하면 반도체 시장에 3년 전과 다른 모습의 겨울이 찾아온 건 분명한 듯하다. 다만 이번에도 정면 돌파를 택한 삼성전자의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초격차를 만들어낼지, 추격의 실마리를 제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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