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선사 주주에게도 봄날은 오겠죠
'주주환원 無' 조선사들, 10년 만의 '슈퍼 사이클' 맞아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3일 08시 1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LNG선. <제공=현대중공업>


[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올해는 흑자 전환 해야 합니다"


주요 조선사 직원에 올해 회사 사정이 괜찮겠냐 물으니 기자에게 이같이 답했다. 꼭 전장에 나가는 병사의 굳은 다짐처럼 들렸다. 


지난 2021년부터 오르기 시작한 신규 선박 선가 상승세는 작년 정점을 찍은데 이어 올해도 기세 좋게 상승하고 있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 지수는 작년 2월 기준 154.73포인트로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 올해 2월에는 더 높은 163.69포인트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2000년대 호황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렸다. 


작년 이례적인 수주 실적이 더해지면서 오랜만에 도크가 빽빽하게 채워지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저가 수주의 굴욕을 맞본 조선사들은 높은 선가가 반영된 선박들이 서둘러 건조되기만 기다리고 있다. 


주주 역시 조선사들의 봄날을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다른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 명목하에 주주친화 정책을 펼칠 때 조선사들은 주류에서 벗어나 있었다. 오랜 기간 구조조정과 업황 부진의 시름에 빠진 조선사에 투자하면서 배당을 기대하는 주주도 없었을 것이다.


주요 상장사들은 선진화된 배당 문화를 조성하겠다며 자발적으로 '선배당액·후배당일' 제도를 정관에 삽입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주총에서 배당금이 확정된 후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업들의 정관 변경이 잇따르고 있지만 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사들은 미동도 없다. 그동안 적자라는 이유로 배당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주환원 이슈에선 매번 소외된다.


그래도 봄날은 있다. 10년 만에 찾아온 '슈퍼 사이클'을 타고 올해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늘 그렇듯 변수는 있으나 유례없는 높은 선가와 넘쳐나는 일감은 분명 기회가 찾아왔다는 신호다. 1년 영업이 잘 됐다고 해서 곧바로 주주환원에 나서지 않겠지만, 적어도 '앞으로는 좋아질 것이다'는 주주들에게 확신의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조선사들의 봄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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