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권토중래' 이커머스 상장의 꿈
미뤄진 기업공개…탄탄한 몸값 만들 기회 삼아야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3일 08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상장을 추진했던 전자상거래기업들. (출처=각 사)


[딜사이트 유범종 차장] 매서운 겨울 추위를 견뎌내야지만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을 맞이할 수 있는 건 지극한 자연의 섭리다. 자연의 법칙은 비단 계절에만 통용되진 않는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기업들도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며 더욱 탄탄해진 외용을 갖추기도 한다.   


지난 1997년 국가부도 직전까지 초래했던 외환위기가 대표적이다. 당시 국내 경제는 문어발식 확장정책으로 일관했던 수많은 기업들이 감당할 수 없는 부채의 늪에 빠지며 최악의 국면과 맞닥뜨리게 된다. 기업들의 도산이 이어지자 결국 그 해 11월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은 빚을 내 덩치만 키우던 관성에서 벗어나 생존을 위한 고강도 체질개선에 나섰고 불과 3년 만에 금융위기를 벗어나는 저력을 보였다. 


최근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을 보면 외환위기 시절 기업들이 행했던 '권토중래(捲土重來)'가 떠오른다.


2021년 국내 전자상거래 역사에 있어 한 획을 그을 만큼 중요한 변곡점이 있었다. 1세대 기업인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성공한 일이다. 그 동안 쿠팡은 계획된 적자를 모토로 내세우며 수익보다는 과감한 투자를 통한 성장 일변도의 전략을 고수했다. 이러한 전략은 투자자들에게 높은 미래가치로 인식됐다. 이에 당시 쿠팡의 기업공개(IPO)는 46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조달했고 나스닥 역사상 외국기업 최대 IPO 중 하나로 기록됐다.


쿠팡의 성공적인 IPO는 국내 여타 동종기업들에게도 큰 자극제가 됐다. 실제 쿠팡 이후 SSG닷컴과 11번가, 컬리, 오아시스 등 국내 전자상거래 주요기업들은 앞다퉈 IPO 추진을 결정하고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시기가 안 좋았다. 때를 같이 해 전세계 헤게모니(권력)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심화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되며 국내 투자심리는 빠르게 얼어붙어갔다. 특히 전자상거래기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도 급격히 바뀌게 된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미래성장에 큰 밸류에이션을 뒀던 투자자들이 이제 탄탄한 수익과 재무건전성으로 가치의 무게 추를 옮기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국내 전자상거래기업들이 쿠팡처럼 수익보단 성장에 치중해왔던 터라 이러한 투자자들의 가치평가 변화는 기업들이 기대하던 몸값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이에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던 전자상거래기업들의 IPO작업도 모두 중단될 수 밖에 없었다.


실제 국내 전자상거래기업 중 가장 먼저 기업공개를 추진했던 SSG닷컴은 일찌감치 계획을 연기하며 관망세로 돌아섰고, 한때 4조원까지 몸값을 띄우며 제2의 쿠팡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컬리는 1조원대까지 기업가치가 떨어지자 IPO 대신 기존 투자자에게 재투자를 받아 자금을 충당했다. 올해 상장이 가장 유력시됐던 11번가도 연말까지 4개월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최종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언제 이들이 다시 상장을 재추진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당분간 쿠팡과 같은 '상장 대박' 신화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다만 이러한 전자상거래기업들의 상장 지연이 가져다 준 긍정적인 효과도 크다. 과거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한 성장전략을 택했던 이들이 내실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현재 대부분의 전자상거래기업들은 그간 도외시했던 수익부문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여념이 없다. 과감한 체질개선을 통해 바닥부터 탄탄하게 수익과 재무구조를 다지며 미래가치에 기대지 않고 온전한 지금의 기업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태생적으로 자본구조가 약한 대부분의 국내 전자상거래기업 입장에서 IPO는 늦춰졌을 뿐이지 언제든 해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어찌 보면 지금의 시련은 외환위기를 겪었던 과거의 기업들처럼 장기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채워질 수 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국내 전자상거래기업들이 성공적인 체질개선으로 온전한 가치를 인정받고 하루빨리 증시의 문턱을 넘을 날이 오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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