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HD현대마린솔루션에 눈길이 가긴 하는데···
LG에너지솔루션 이후 가장 큰 IPO '시장 가늠자'···고평가 논란도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9일 08시 5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HD현대마린솔루션의 선박 엔진 최적화 기술이 적용된 neptune phos호. (제공=HD현대마린솔루션)


[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IPO(기업공개) 시장이 호황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어급이 없었잖아요. 소규모 IPO 위주의 이상 과열 현상 정도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최근 만났던 증권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올해 취재를 진행하며 전문가들에게 일명 '광풍'이라고 불렸던 IPO 시장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면 이 같은 냉소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시장의 진정한 투심을 가늠할 수 있는 대어급 IPO가 등판한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상장한 기업들의 공모 규모를 살펴보면 1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을 찾을 수 없었다. 공모 후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는 기업도 에이피알(APR)이 유일했다. SK바이오팜이 '따따상' 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며 상장 후 20조원의 시가총액을 달성했던 지난 2020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모습이다.


1분기 최대어라고 불렸던 에이피알의 성적표 역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에이피알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을 초과하며 이례적으로 상단 가격보다 25% 높은 가격에 시장에 데뷔했지만, 상장 후 시초가‧상장당일 종가는 올해 1분기 상장사 평균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자연스럽게 시장의 눈은 내달 상장 예정인 HD현대마린솔루션에 쏠린다. HD현대마린솔루션 IPO는 예상 시가총액 약 3조5000억원, 공모규모 약 7000억원으로 지난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 규모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HD현대마린솔루션이 시장에 오랜만에 등장한 빅 딜(Deal)인 만큼, 올해 IPO 시장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썩 밝지 않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2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가 총 공모주식 890만주 중 445만주를 구주매출로 내놓으며 투자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어서다. 이 밖에도 공모가 산정을 위한 피어그룹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는 등 고평가 논란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HD현대마린솔루션 측은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며 IPO 흥행을 자신하고 있다.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구조에 대한 선호도가 고평가에 논란을 불식시켰다는 설명이다. 


이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소위 말해 '까 봐야 안다'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시장의 열기가 이번 HD현대마린솔루션 IPO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오는 5월 초 상장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성적표는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담으로 사업 전환을 노리는 중소형 증권사에게도, 지난 1분기 IPO 거래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거뒀던 개인투자자에게도 '새 판'을 짜기 위한 분기점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래저래 시장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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