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금융그룹 독립경영
회장 교체 때마다 반복된 이슈…NH證 CEO 선임 '첫 시험대'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5일 08시 2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월25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제25대 농협중앙회장에 강호동 후보가 당선됐다. (제공=농협중앙회)


[안경주 금융증권부장]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취임을 앞두고 NH농협금융그룹 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신경 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이후 표면적으로 NH농협금융지주가 독립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체계로 바뀌었지만 지분 구조상 중앙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물론 과도한 긴장감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지만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농협중앙회는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해 지도·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금융그룹 경영에 개입하지 못한다. 또 농협중앙회장은 4년 단임제로 비상근 명예직인 만큼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게 농협중앙회의 공식적인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농협중앙회장은 전국 206만명의 농협 조합원을 대표하는 만큼 금융그룹 계열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과거 농협중앙회장 취임 직후 금융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물갈이 인사가 있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김병원 전 회장은 2016년 취임과 동시에 당시 이경섭 농협은행장과 김용복 농협생명 대표, 이윤배 농협손해보험 대표 등으로부터 사표를 제출받았다. 김 전 회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던 김용복 대표의 사표만 수리했다.


2020년 취임한 이성희 전 회장도 취임 한 달 만에 당시 이대훈 농협은행장,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 최창수 농협손해보험 대표 등으로부터 사표를 받았다. 이 행장은 임기를 9개월 가량 남겨놓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과거 신경 분리 초기와 비교해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이 줄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농협중앙회장 교체 시기마다 불거지는 고질적인 논란거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농협중앙회장의 과도한 인사권 행사부터 농협금융을 병들게 하는 요인이라고 꼬집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온다.


여기에 금융그룹 계열사 CEO 뿐만 아니라 경영관리 목적으로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이 닿는 주요 인사들이 계열사 곳곳에 다수 포진해 있는 것도 독립경영을 해치는 문제점으로 꼽힌다. 예상보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NH벤처투자가 대표적이다.


2019년 11월 설립된 NH벤처투자의 초대 대표이사는 CJ인베스트먼트 CIO(최고투자책임자) 출신이었던 강성빈 전 대표다. 1970년대생인 그는 취임 당시 농협금융 계열사 수장 중 가장 젊은 인사였다.


순혈주의가 강한 농협 내에서 외부에서 수혈한 강 전 대표였던 만큼 기대가 컸다. 하지만 벤처투자 호황기라고 할 수 있는 2020~2022년까지 기대만큼 빠른 속도의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NH벤처투자와 비교해 1년 먼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로 설립된 하나벤처스(하나금융그룹 계열사)는 운용자산(AUM) 1조원을 넘볼 정도로 활발한 투자활동을 해왔다. 반면 NH벤처투자의 AUM은 2000억원 중반대에 그쳤다.


그런데 지난해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출신 김현진 대표로 수장을 교체한 이후부터 NH벤처투자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내·외부 인사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단순히 CEO만 교체된 것이 아니라 농협중앙회의 입김을 줄면서 심사역 충원 등 실질적인 독립경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농협중앙회의 입김에서 벗어나 금융그룹이 진정한 독립경영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는 2012년 신경 분리 이후 10년 이상 계속돼 온 해묵은 이슈다. 하지만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농협중앙회장 교체 시기나 금융그룹 계열사 CEO 인사 때마다 나오는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취임과 NH투자증권 CEO 선임 시기가 맞물리면서 또다시 독립경영 이슈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의 4연임 여부가 관심이었는데 일각에서 강호동 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연임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이달 21일 정기총회 이후 강 회장의 임기가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이성희 회장이 이달 6일 퇴임하기로 하면서 강 회장의 임기도 7일로 앞당겨졌다. 이 때문에 강 회장이 공식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앉게됐다.


그동안 NH투자증권은 농협금융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로 비교적 독립적인 경영권을 보장받고 있었던 만큼 강 회장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NH투자증권은 이번주 2차 후보군(숏리스트)를 확정하고 차기 사장 후보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 사장이 지난 4일 SNS를 통해 용퇴를 결정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강 회장의 복심은 누구인지로 옮겨갈 수 있다. 누가 NH투자증권의 새 CEO로 올지 모르지만 금융그룹의 독립경영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첫 시험대로서 여전히 예의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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