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혼쭐' 말고 '돈쭐' 받으려면
제품 내 사회적 가치 담고 소비트렌드 읽어야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1일 14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종이 포장재로 바뀐 농심 라면 제품 모습 (사진제공=농심)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과거 식품회사는 맛 좋은 상품을 출시하면 인기를 끌었고, 의류 회사는 고품질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내놓기만 하면 소비자의 관심을 샀다. 그러나 요즘은 제품에 의미를 입히지 않으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는 시대가 열렸다. 이른바 '가치 소비 시대'다.


가치소비란 물건의 가성비보다 자신의 신념에 부합한 제품 구입을 통해 가치관을 드러내는 소비 형태를 말한다. 국내 식음료기업들부터 패션·화장품 기업 등 너나할 것 없이 이러한 소비 트렌드 변화를 마케팅에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사실 가치소비의 개념은 오래 전부터 나왔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선정한 <소비트렌드 2018>에서 소개한 적이 있을 정도로 꽤 오래 전에 탄생된 소비 신념이다. 그럼에도 최근에서야 이슈가 되고 있는 배경엔 MZ세대가 있다. MZ세대는 개인의 취향과 의견을 드러내는 데에 적극적이다. 이들은 주로 SNS를 통해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사회적 기업이나 공정무역 제품 구매, 착한 가게를 공유하며 자신들의 신념이 드러나는 소비행태를 인증하고 있다.


그 결과 '돈쭐' 내는 현상을 자주 포착할 수 있었다. 가치소비의 한 형태로 SNS나 인터넷을 통해 착한 기업의 미담을 전해들은 소비자들이 직접 해당 기업의 매출을 올려주기 위해 제품을 구매하는 착한 소비 양상이다.


반면, 비윤리적인 기업에 대해선 불매운동을 통해 진정한 '혼쭐'을 내주기도 한다. 실제 남양유업이 대표적이다. 남양유업은 한때 연매출 1조원을 기록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기도 했으나 대리점주 갑질 사태, 불가리스 과장 광고 등으로 소비자 불매운동이 이어졌고 여전히 나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같은 소비 트렌드에 기업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변화에 뛰어들고 있다. 의류업계에서는 저탄소 제품 등 환경 보호에 가치를 둔 소비자가 지속 증가하면서 친환경 원단을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자연 분해가 되고 리사이클링이 가능한 옥수수 소재 원단 '소로나' 이용을 늘리는 추세다.


식품업계에서 가치소비트렌드에 발맞춰 가장 먼저 시작한 사업은 친환경 포장지다. 최근 농심도 생우동의 플라스틱 그릇과 비닐 포장을 제거하고 종이로 포장지를 대체했다. 오뚜기의 경우도 돈가스와 스테이크 소스 용기를 재활용된 페트병으로 변경했다.


결국 기업들이 제품의 가격과 질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볼 수 있다. 브랜드에 사회적 가치를 입히지 않으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가치와 의미를 담은 제품들을 발굴해내려는 노력을 경주해 돈쭐은 못나도 혼쭐은 나지 않는 기업들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
기자수첩 833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