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봤더니]
'몸값 2兆' 넘보는 에이피알, 나홀로 주목한 이유
조재호 신한벤처투자 상무 시리즈A 단독 투자..."D2C 모델 주목, 수백억 차익 예상"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2일 14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재호 신한벤처투자 VC투자1실 실장 및 상무. 사진=신한벤처투자


[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연초부터 자본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벤처기업이 있다.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이다. 웨딩 업계에서 일명 '김희선 디바이스'로 불리는 피부 미용기기 '부스터힐러'를 생산하는 곳으로, 설립 10여년 만에 몸값 2조원을 넘보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조재호 신한벤처투자 상무(사진)는 22일 딜사이트와 만나 "에이피알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700억원에 불과한 시절부터 성장성에 주목했다"며 "시리즈A 단계에 투자한 유일한 벤처캐피탈리스트"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에이피알에 총 93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에이피알 기업가치가 조단위로 상승함에 따라 신한벤처투자의 투자회수(엑시트) 성과도 기대되고 있다. 최근까지 약 120억원을 회수한 상태다. 잔여지분은 상장 후 3.9% 수준으로, 희망 공모밴드에 대입하면 상단가격 기준 약 576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투자배수(멀티플)은 약 7배, 금액으로는 600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 에이피알 마케팅 역량에 주목...투자 후 매출·몸값 수십배 상승


조 상무는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와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삼성테크윈과 삼성벤처투자를 거쳤고, 지난 2014년 신한벤처투자에 자리를 잡았다. 입사 후 그는 온라인 환경에서 영상 미디어를 능숙히 활용할 수 있는 모바일 커머스 벤처기업을 물색했다.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 중이며, 이 분야 인터넷 트래픽(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 상무는 에이피알이 이 조건에 부합한다고 봤다. 그는 "에이피알은 소비자직거래(D2C)라는 용어조차 정립되지 않았던 때부터 이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한 미디어 커머스"라며 "일반적인 화장품 제조사는 먼저 제품을 만들고 이후 유통 단계에서 마케팅·홍보를 고민하는데, 에이피알은 먼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잠재고객부터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이 아닌 고객부터 먼저 정의한 일종의 역발상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조 상무는 "또 에이피알은 홍보 단계에서 잠재고객 필요(니즈)와 트렌드에 맞는 영상 미디어를 제작하고, 이를 활용해 자사몰을 활용한 직접 구매를 유도했다"며 "회사의 이같은 전략은 화장품 외 다양한 제품군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이피알 기업가치 상승여력(업사이드)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한 이유"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에이피알은 2017년 시리즈A 투자를 마친 직후 의류 브랜드 '널디' 등을 새로 론칭했다. 널디는 당시 유행 중인 예능 프로그램 등에 노출돼 '아이유 추리닝'으로 입소문을 탔고, 곧 국내외 판매량은 크게 늘었다. 이후 에이피알은 2021년 뷰티 디바이스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에 힘입어 2015년 308억원이던 회사 매출은 지난해 4000억원 이상으로 훌쩍 뛰었다.


에이피알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디큐브'에서 출시한 '부스터힐러' 사진=에이피알

◆ 에이피알 대박 성과에 힘입어 펀드 IRR 20%↑


에이피알은 투자기구인 '네오플럭스 기술가치평가 투자조합'(600억원)의 수익률도 크게 높였다. 이 펀드는 조재호 상무가 운용 중이며, 청산 후 내부수익률(IRR)은 2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펀드는 올 9월 만기를 맞는다. 에이피알 외 잔여 포트폴리오는 첨단금속 제조 전문기업 '한국진공야금', 종합 콘텐츠 스튜디오 '와이낫미디어' 등이 있다.


조 상무는 이 펀드를 운용하며 에이피알 외에도 국내외 다수 벤처기업들을 발굴했고, 이 중에는 큰 차익을 남기며 엑시트를 마친 회사도 여럿 있다. 인도 지역에서 육류·해산물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회사인 '리셔스(Licious)'에 투자해 멀티플 5배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또 웹소설·웹툰 제작사인 '피플앤스토리'로 멀티플 7배 가량의 차익을 남겼다.


조 상무는 현재 '신한벤처 투모로우 투자조합 1호'도 운용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신한벤처투자 설립 이후 최대 규모로 조성된 펀드로 운용자산(AUM)은 2300억원이다. 펀드 만기는 5년 가량 남았지만, 이미 고수익이 기대되는 포트폴리오가 다수다. 대표적으로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클로봇'을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증시에 상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상무는 "잔여 포트폴리오 청산이 끝나면 펀드 '네오플럭스 기술가치평가' 성과는 IRR 20%, 멀티플 2.5배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펀드 '투모로우 1호'는 현재 자금 절반가량을 소진했으며 총 17개 기업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클로봇에는 회사 밸류에이션이 300억원일 때부터 자금을 집행해 상당한 차익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브랜드 가치 높은 韓 이미지 사업화 하는 벤처 물색"


현재 조 상무는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그대로 사업화 할 수 있는 기업을 찾고 있다. 드라마·엔터 등이 주도한 'K-컬처' 열풍에 힘입어 한국의 국가적 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어서다. 조 상무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은 이미 하나의 브랜드로 통용되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은 아시아에서 북미·유럽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2~3년 후에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상무는 대표적인 예시로 국내 벤처기업 '구다이글로벌'을 언급했다. 모던 한방 화장품 브랜드인 '조선미녀'를 보유한 회사로, 한국적인 제품이라는 콘셉트를 앞세워 처음부터 북미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이 전략은 주효했고, 회사 매출은 2021년 117억원에서 2022년 413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 상무는 반려동물 사업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위글위글' 등을 운영하고 있는 '비엠스마일'에도 주목하고 있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경계를 허무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벤처기업도 찾고 있다. 그는 "비엠스마일도 한국적 이미지를 사업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회사"라며 "차기 에이피알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분간 드라마·엔터사 등 단순히 K-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 보다는, 한국이라는 이미지 그 자체를 활용할 수 있는 벤처를 더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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