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극한직업 PEF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5일 08시 0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권일운 기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는 자본시장의 총아라는 평가를 받는다. 막대한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대규모 지분을 사들인다는 점에서다. 투자 금액이 큰 만큼 상당한 권한과 책임도 부여된다. 권한과 책임을 적절히 활용해 성과를 내면 운용사는 물론 운용역 개인도 상당한 보상을 받게 된다.


그런 PEF를 운용하는 운용역이야말로 진정한 극한직업 중의 하나다. 투자 집행에서부터 사후 관리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돌발 상황들이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했던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짧게는 며칠, 몇개월에서부터 길게는 몇년을 쏟아부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신창재 회장과 어피너티 컨소시엄 간의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교보생명의 소수지분을 기업공개(IPO)를 성사시키는 조건으로 매입했는데, IPO 약정이 이행되지 않은 것이 불씨가 됐다. 신 회장 측은 IPO가 불발됐을 때 신 회장 측이 어피너티 컨소시엄 지분을 되사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이행되지 않았다.


두산그룹과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컨소시엄 간의 분쟁도 비슷했다. IMM PE 컨소시엄은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수지분을 IPO 조건부로 사들였지만, IPO는 성사되지 못했다. 


이같은 이벤트는 대부분 법정 다툼으로 귀결된다. 그런데 법원으로 가더라도 어느 한쪽의 손을 명쾌하게 들어주는 사례가 많지 않다. 법원의 애매하기 이를 데 없는 판단을 기준으로 PEF들은 자신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재차 마련해야 한다. 그러는 동안 5~6년이 시간이 소요되곤 한다. 당연히 투자 기간이 반영돼 산출하는 수익률은 하락하고, 막대한 부대 비용이 들게 된다.


소수 지분 투자야 PEF가 주도권을 쥘 수 없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하지만 바이아웃(Buy-out) 거래에서도 정말 못할 사건사고들이 많이 일어난다. 매도자가 어느날 갑자기 '잠수'를 하는 바람에 거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경우도 있고, 매도자 측이 수년동안 일삼은 분식회계가 뒤늦게 적발되는 사례도 있었다.


앞에서 언급한 '별의 별 일'들을 겪은 PEF들은 지금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문제가 된 일부 투자건에서는 손실을 냈지만, 손실을 만회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펀드 출자자(LP) 들의 신뢰를 얻게 된 경우가 많다. 그러기 위해 해당 PEF의 운용역들은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쏟아 붓는다.


세간에서 바라보는 PEF 운용역들은 물 위를 떠다니는 우아한 백조의 이미지를 띤다. 하지만 물 밑에서는 누구보다 치열한 발길질을 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투자자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어떠한 일도 마다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때로는 냉철한 협상가이면서도 때로는 불합리와 맞서는 투사가 돼야 하는 극한직업 PEF 운용역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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