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실패를 먹고사는 벤처투자
정부 지원 없이는 자생 어려워···시장 특성 고려해 지원해야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1일 08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10년에 하나 꼴로 대어가 출연한다는 말이 있다. 과거 NHN이 그랬고 가장 최근에는 카카오라는 벤처기업이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성장하는 역사를 써냈다. 이제는 이 같은 기업들이 등장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벤처투자 시장이 1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지면서 떡잎부터 남다른 기업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자금을 공급해준 덕분이다. 기업공개(IPO)도 하기 이전인데 벌써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1조2000억원)를 넘는 유니콘이 국내에도 수두룩하다.


국내 산업이 여러 악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대안을 찾아가는 것은 벤처투자 시장의 공로로 해석할 수 있다. 정확히는 벤처투자를 수행하는 벤처캐피탈(VC)과 신기술금융사의 공으로 볼 수 있다.


31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모태펀드 관련 벤처투자업계 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공=중소벤처기업부)

벤처투자 시장도 급성장했다. 2013년 총투자재원이 11조원에서 2022년에는 53조원으로 5배 가깝게 증가했다. 한국벤처투자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산업은행, 그리고 민간기업들이 벤처투자 시장에 마중물을 부어준 덕분이다. 지난 10년간 벤처투자의 트랜드가 게임에서 제약‧바이오, 2차전지, 인공지능(AI)으로 시시각각 변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잠재력이 풍부한 스타트업에 적절한 자금 공급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벤처투자 시장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각도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달라졌다. 소수의 심사역들이 주로 사용하던 스타트업, 앤젤투자, 시리즈A‧B‧C라는 단어가 공중파 방송에도 나올 정도로 일반화됐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다루는 드라마와 영화는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이들이 다루는 스타트업은 여러 고난을 이겨내고 결국 사업 성공으로 이어지는 판에 박힌 이야기이지만 일반 대중들이 벤처 창업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지를 방증해준다.


벤처투자 시장의 성장이라는 빛이 있긴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실패 사례가 있다. 1개의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 4~5배의 실패가 쌓여야 한다는 것이 이 시장의 이른바 국룰이다. 잘나가는 벤처캐피탈 심사역조차 투자 실패 사례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실패 사례를 문제 삼지 않는다. 이 시장이 실패를 자양분 삼아 더 높이 성장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최근 벤처투자 시장은 분위기가 썩 좋지 않다. 정부는 10여년만에 처음으로 벤처 예산을 감액했고 코로나 엔데믹 이후 경기불황이 닥치면서 투자기업의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벤처시장 육성 의지가 과연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을 정도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단순히 수익률만을 놓고 평가하기 어렵다. 벤처투자 육성을 통해 전체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와 고용 창출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인구 5000만명의 작디작은 대한민국 시장에서 정부 주도 없이는 벤처투자 시장이 자생할 수 없다. 정부가 단순한 수익성이 아닌, 실패를 먹고사는 벤처투자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지원정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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