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업계 연봉인상, 평균으로 치장한 '꼼수'
스마일게이트·게임빌·웹젠 등, 연봉 그대로인 직원 신뢰잃고 불만 '분출'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9일 11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경렬 기자] 고용인에게 임금은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고용인은 임금으로 입고 먹는 등 생계를 꾸려간다. 임금수준에 따라 회사밖 삶의 질이 결정될 때도 많다. 그래서인지 임금은 노사 간 가장 뜨거운 문제다. 임금을 두고 맺은 약속은 서로 간 신뢰의 척도다. 예를들어 고용주가 임금 인상을 약속해놓고 어긴다면 신뢰는 쉽게 깨진다. 분노한 직원들은 집단 농성을 벌이기도 한다.


올들어 IT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임금 인상 문제도 이같은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넥슨부터 시작된 연봉 인상 행렬에 많은 게임사들이 함께했다. 사람을 곧 기업가치로 생각하는 게임업계가 인재이탈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넥슨은 자회사를 포함해 직원들의 연봉을 일괄적으로 800만원 높이기로 결정했다. 넷마블이 넥슨을 따라 800만원 일괄인상에 동참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신입사원 초임 연봉 상한선을 폐지하고 1000만원 이상 일괄 연봉인상을 약속했다. 크래프톤은 통 크게 개발직군 2000만원, 비개발직군 1500만원을 일괄 인상했다.


후발 주자들은 압박감을 견디지 못했다. 게임사들의 결정은 두 갈래로 나눠졌다. 한 경우는 회사 사정보다 직원이탈을 우려해 무작정 임금을 인상했다. 베스파는 전 직원들의 연봉을 일괄적으로 1200만원 올렸다. 지난해 연결기준 순손실이 난 상황에서 큰 결단을 내린 셈이다.


문제는 또 다른 경우에서 발생했다. 일부 게임사는 '평균'의 논리를 적용했다. 평균 임금 인상은 개발직군과 비개발직군, 저성과자나 고성과자의 차이를 반영한 지표다. 전체 직원들의 임금 인상분을 따져 평균적으로 얼마나 올랐는지를 알 수 있는 결과물일 뿐이다. 게임사의 임금 체계 특성상 성과는 개발자에 집중되기 때문에 저성과자나 비개발직군의 연봉은 큰 격차를 보였다. 


스마일게이트, 게임빌, 컴투스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평균' 800만원 인상안을 적용했다. 실질적으로 핵심개발 조직들에는 800만원을 훨씬 웃도는 인상안이 적용됐지만 일부 저성과자를 중심으로 변동이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격차를 피부로 체감한 직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웹젠은 임금을 평균 2000만원 올렸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두 배이상 늘어난 상황에서 직원들의 성과를 치하한다는 의도였다. 실제는 달랐다. 개발직군과 임원 중심 보상이 대부분이라 전사적인 축제를 체감하지 못한 직원들이 많았다. 급기야 웹젠 직원들은 "공정한 평가와 투명한 분배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똘똘뭉쳐 노조(웹젠위드)를 결성했다. 섣부른 판단이 조직을 가른 격이다.


이처럼 임금 문제는 조직에서 가장 중요하다. 다만 급여가 큰 이슈라고 하더라도 소통, 비전, 신뢰 등 다른 가치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직원 임금을 높여줄 수 없을 때, 신뢰마저 저버려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최소 '말이 통하는 회사'라는 각인이라도 심어줘야 한다. 경영진의 생각을 나눌때 직원들은 기업의 비전을 신뢰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
기자수첩 817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