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명무실' 코넥스, 재도약할 수 있을까
이전상장·자금조달 메리트 적어…현실적인 지원책 필요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2일 08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의도 증권가(사진=딜사이트)


[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올해 1분기 기업공개(IPO) 시장은 봄기운이 완연했다.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 15개 기업 전부가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 이상으로 결정했다. 조 단위 시가총액에 도전했던 에이피알(APR)은 14조원대 청약 증거금을 끌어모았다. 비수기인 4월에도 상반기 최대어 HD현대마린솔루션을 비롯해 제일엠앤에스 등 주자들이 등판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새 식구 맞이에 분주한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 시장과 달리 코넥스 시장은 매서운 한파를 맞고 있다. 최근 6개월 코넥스에 새롭게 상장한 기업은 세븐브로이맥주와 프로젠 단 2개에 그쳤다. 올해 들어서는 상장 청구조차 없다. 지난 2016년 50개에 달했던 코넥스 신규상장사 수는 지난해 14개로 꾸준히 줄고 있다.


코넥스가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비상장사와 증권사 등 관계자들은 코넥스가 이전상장·자금 조달 창구 등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먼저, 이전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예심) 절차를 고려하면 코스닥 직행을 노리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각종 지원 프로그램 등이 있으나 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코넥스→코스닥 이전상장 건수는 지난 2021년 정점(13건)을 찍은 뒤 2년(2022~2023) 연속 한 자릿수(6·7건)로 줄었다. 도전 기업이 부침을 겪는 사례도 흔하다. 지난해 틸론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수차례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고 결국 철회했다. 노브메타파마는 8개월째 합병 상장예심을 진행하고 있다.


상장폐지도 잇따르고 있다. 코넥스 상폐 기업은 지난해 17개로 전년대비 4개 늘었다. 이전상장(7건)을 제외한 상폐 사유는 감사의견 거절·부도였다. 이브이파킹서비스(지정 자문인 신한투자증권)는 상장 8개월 만에 '의견거절'을 받으며 거래가 정지됐다. 이밖에도 지정 자문인·공시 등 상장사 지위 유지 부담이 커 자진 상폐를 고려하는 업체도 다수라는 후문이다.


코넥스 상장사가 어려움을 겪는 동안 투자자 관심도 식고 있다. 하루 주식 거래대금이 100만원을 밑도는 기업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거래정지가 아님에도 주식 거래량이 0건인 업체도 있다. 시장 내 유동성이 말라가면서 지난 2018년 말 기준 6조2503억원이었던 코넥스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3조8469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코넥스 스케일업 펀드운영과 이전상장 컨설팅 프로그램 등 시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효과에 의문부호를 붙였다. 오히려 이전상장 예심에 소요되는 기간이 가이드라인을 훌쩍 넘기는 사례가 빈번한 데다 매년 비슷한 내용의 프로그램만 운영된다는 점에서 불만이 커진다.


'초기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지원·모험자본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신시장.' 코넥스 소개 글 중 일부다. 출범 11년차에 접어든 코넥스는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책과 운영으로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부디 관계 기관들이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정책과 당근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그렇다면 코넥스를 찾는 기업들이 다시 늘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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