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철도사업의 악순환
수익성 예측 어려워 적자 반복…막무가내 수주보단 철저한 계획 필요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9일 09시 1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전세진 기자] 철도가 생기는 일은 늘 최고의 화제다. 철도 하나로 부동산 값이 들썩이고 인근 도심이 개발되는 효과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아파트 분양광고에 저마다 주변 철도 노선의 인접성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철도는 돈이 된다.


다만 철도를 짓는 일은 사실상 수익성과는 거리가 멀다는게 건설업계의 정설이다. 무엇보다 수요 예측이 어렵다. 면밀한 사업성 검토를 거쳤다 해도 건설·운영과정에서 각종 변수가 생겨 적자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관련 인·허가, 보상, 민원 등으로 공기 지연도 걸핏하면 일어난다. 이에 따른 설계 변경과 공사비 증액도 큰 부담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정부경전철이다. 의정부경전철은 2012년 개통한 이후 운영기간 내내 적자를 내다 4년만에 파산했다. 운임수입 예측부터 부풀려졌다. 사업 초기 예상했던 운임수입에 비해 실제 수입은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의정부경전철의 주간사였던 GS건설은 약 500억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2대 주주인 고려개발도 운영기간동안 매년 70억원의 손실을 봤다. 


같은 이유로 우이신설선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7년 개통 이후 매년 100억대 적자를 내고 있다. 애초 사업방식이 정부가 민자사업자의 일정 손실을 보전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이 아닌 순수 수익형 민자사업(BTO)인 탓에 손실은 고스란히 시공사의 몫이다. 우이신설선은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고려개발, 두산건설 등 총 10개 업체가 운영중이다.


부실 위험이 지뢰밭처럼 깔린 철도사업에 건설사들은 왜 뛰어들까. 대외적 명분은 확고하다. 시공 이력이 정부가 벌이는 인프라 사업 입찰의 중요한 평가요소기 때문이다. 건설 실적이 많을수록 향후 대형 국가사업에 발을 걸칠 기회가 많아진다.


보다 근본적이고 내부적인 명분은 결국 성과다. 사업규모만 수 조원인 대형 철도 수주가 해당 사업부 직원들의 몇 년치 일감이 되고, 임금이 되고, 현장이 되어줄 수 있다는 이유다. 사업부의 수장인 임원들에게는 그 보상이 주어진다. 의정부경전철 수주를 진두지휘했던 한 건설사의 임원은 대표이사까지 영전했다.


하지만 당시 샴페인을 터뜨렸던 임원들 대부분은 지금 그 자리에 없다. 임기내 수주의 영광만 누리고 철차와 함께 역을 떠나간 셈이다. 수습은 후임자의 몫이다. 매년 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지만 그만한 규모의 '대어'가 없어 다시 철도 수주에 나서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최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건설사업을 두고 업계에선 다시 수익성 이야기가 불거진다. C노선이 당초 시설투자와 운영비 등을 정부와 민간이 함께 부담하는 위험분담형 민간투자사업(BTO-rs)에서 BTO방식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사업비는 4조가 넘어가는 데 비해 수익률은 1%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도 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GS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참여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찰나의 짜릿한 수주의 순간보단 후일을 대비하는 신중함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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