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대우證 합병과정서 자연적 구조조정은 당연”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 vs “자연발생적 인력 감소는 당연”


[딜사이트 공도윤 기자] 미래에셋증권과 KDB대우증권의 합병을 계기로 여의도 증권가에 또 한번 구조조정의 태풍이 휘몰아 칠 태세다. 증권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추가적인 구조조정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형 증권사 간의 합병이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앞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양사 통합에 따른 구조조정 우려에 대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20일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과거 합병 사례에서 보듯이 자연 발생적인 인원 감축은 당연히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구조조정이 쉬운 구조”


실제 과거 전례를 보면 인원 감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10여 년간의 미래에셋증권 직원(임원제외)의 감소추이를 보면 2008년 초 2304명까지 늘었던 직원수는 2009년 2170명으로 134명이 줄었다. 2010년 역시 178명이 줄어든 1992명을 기록했다.


2008년은 미래에셋증권이 실적부진을 이유로 지점 20여 곳의 통폐합을 추진했던 시기다. 2011년에는 이사급 이상 지점장과 본부장 10여명에게 3개월 안에 회사를 떠나라고 통보했던 시점으로 당시 임원의 10%가 줄었다. 2011년 이후 미래에셋은 다시 인원을 보강해 2012년 전체 직원수가 2066명으로 늘었지만 다시 2012년 36명, 2013년 218명, 2014년 71명이 줄어 2015년 9월 기준 직원수는 1768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구조조정이 쉬운 구조”라며 “전 직원이 연봉계약자로 명예퇴직금이나 위로금 없이 사측의 압박에 못 이겨 퇴사하거나 이동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이번 미래에셋과 대우의 합병은 증권사 외에 운용사 간의 합병도 이뤄지는 만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산은자산운용과의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도 예상된다. 과거 미래에셋은 2004년 맵스자산과 SK투신운용 합병, 2006년 자산운용과 투신운용의 합병, 2011년 자산운용과 맵스자산운용의 합병으로 3차례 인원감축이 있었다.


합병 당시 미래에셋은 인위적인 구조조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맵스자산운용의 합병이 있었던 2012년 상반기 임직원수는 83명 줄었고, 당시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미래에셋은 부당해고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마케팅 관련 조직을 통폐합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상당수의 직원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가운데, 한 직원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것이다.


당시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던 한 직원은 “성과나 인사평가와는 상관없이 미래에셋캐피탈이 중심이 된 사측으로부터 퇴사 압력을 받아 자발적으로 회사를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별도의 위로금이나 명예퇴직금 지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미래에셋과 대우의 합병 역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수 있지만 중복 부서와 업무가 많은 만큼 부서 통폐합과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자연발생적인 인원감축은 당연하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달 28일 박현주 회장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증권 인력을 미래에셋 자산운용에 보내는 걸 구조조정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며 “지원자가 있을 수 있고 그런 사람을 검토해 보내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양사 지점 중복율 40%…통폐합 불가피


지난해 9월말 기준 대우증권 직원수는 2961명, 미래에셋은 1768명으로 대우증권 직원수가 1200명 가량 많다. 양사의 합병은 IB(투자은행)와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을 중심으로 개편하고, 기본 중복 부서들은 여러 개의 개별 부서로 쪼개 특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미래에셋은 WM(자산관리)에 대우증권은 IB(투자은행)와 브로커리지에 경쟁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양사의 조직도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그렇듯 매우 흡사하다.


조직도를 보면 대우증권은 WM(자산관리), IB(투자은행), Sales&Trading(세일&트레이딩), Wholesale(홀세일), 전략기획의 5개 부문 내에 26본부를 두고 있다. PBS본부, 상품개발운용본부, 경영지원본부, 리스크관리본부, 준법감시본부, 리서치센터, IT센터 등은 별도 관리본부다.


반면 미래에셋은 Wm, 스마트Biz, 해외, 투자솔루션, Wholesale, Trading, 기업RM1, 기업RM2의 8개 부문 내에 29개 본부를 두고 있다. 경영혁신본부, 인재혁신본부, 법무지원본부, 홍보실, 고유자산운용본부는 별도 관리 본부다.


단순 비교만으로도 WM사업부와, 법인·금융상품 영업, 리테일 지원, 경영지원, 지역관리, 리스크·컴플라이언스 관리, 홍보 등의 업무는 겹칠 수밖에 없다. 참고로 대우증권의 리테일 인력은 1399명, 미래에셋은 812명으로 파악된다.


미래에셋증권의 한 직원은 “지난해 리테일 등 일부 부서 임원의 권고사직이 있었다”면서 “내부에서는 대우증권 직원은 살아남고 우리가 대거 짤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중복 지점도 상당하다. 특히 지난 2011~2013년에 이뤄진 미래에셋증권의 구조조정 사례를 보면 본사 지원 인력수는 다소 늘었지만 본사 영업직원과 영업점 직원의 수가 대폭 감소했다.



대우증권의 102개 전국지점과, 미래에셋증권 76개 지점 등 총 178개 지점을 대상으로 중복 여부를 조사한 결과 총 40곳이 각각 같은 동 내에 위치하고 있었다. 서울·경기지역만 놓고 봐도 일산, 부천, 정자, 서현, 수원, 안산, 대치, 도곡, 화곡, 테헤란, 상계, 창전, 서초, 반포, 방배, 신천, 문정, 목동, 여의도, 영등포, 용산, 부평, 송도 등의 지점이 중복된다.


박현주 회장은 이에 대해 “점포수를 늘리거나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슬림화·효율성을 중시하는 박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감안하면 합병 이후 확대 전략을 펼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T 기술 발달로 비밀번호 오류 처리 업무 외에 자산관리, 연금, 주식거래 등 모든 업무가 집에서 가능해 진 만큼 지점수 감소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미래에셋의 경우 몇 년 전에 이미 소규모 점포 전략을 내세운 마당에 다시 확대 전략으로 돌아서겠냐”며 반문했다.


대우증권의 한 직원은 “비공식적으로 퇴사 압박을 받는 것보다 차라리 공식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적정한 위로금 및 배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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