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 포기' 우리금융, 군침 도는 매물 있을까
영업 강화 위한 서울·수도권 매물 주시…인수 가격·건전성 개선 관건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1일 17시 5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저축은행 매각설은 인수합병(M&A) 시장의 끊임없는 레퍼토리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79개에 이르는 저축은행 수가 첫 번째 요인이다. 매물이 많은 만큼 지속적으로 매각설이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간 규모의 격차가 현저히 크다는 업권만의 특성도 한몫한다. M&A를 통한 규모의 평준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영업권역이 뚜렷하게 나뉘어 있다는 점(수도권 2곳·지방권 4곳)도 마찬가지다. 성장 확대를 고민한다면 결국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M&A일 수밖에 없다. 


11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적지 않은 저축은행이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저축은행 업권에 불어닥친 대규모 적자로 인해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다. 이로 인해 건전성이 악화된 저축은행들 사이에서 추가 매물이 더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눈길을 끄는 건 우리금융지주가 잠재적 인수자 1순위로 꼽힌다는 점이다. 지난해 공개적으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에 나섰다가 돌연 중단했지만 다시 적절한 인수매물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큰 탓이다. 올해 완전민영화와 함께 본격적인 금융지주체제 강화에 나선 만큼 저축은행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M&A는 필수 불가결이라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서울 또는 수도권(인천·경기)에 영업권을 가지고 있는 저축은행 중에서 인수 가능성을 따져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 계열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이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성장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에서 경쟁력 있는 규모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서울·수도권 영업권 획득이 필수다. 실제로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2014년 예성저축은행을 인수해 서울까지 영역을 확대한 것이 성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다. 그전까지는 경기 및 호남 지역에서만 영업을 이어 갔었다. 


현재 우리금융의 잠재적 매물로 HB저축은행, OSB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한화저축은행 등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모두 서울·수도권에서 영업을 영위하며 총자산도 1조원 이상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다만 문제는 건전성이다. 조달비용 상승과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험성으로 인한 대출채권 부실 우려가 관건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은 13.98%(HB저축은행), 11.60%(OSB저축은행), 11.62%(애큐온저축은행), 15.09%(한화저축은행)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의 규제기준인 8%는 웃돌았지만 업계 평균치가 14%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여유 있는 수준은 아니다. 


자산 규모가 크지 않은 곳 중에서는 민국저축은행도 주시할 만한 매물로 꼽힌다. 총자산은 4000억원 수준이지만 무리 없는 건실한 경영으로 줄곧 안정적 수준의 흑자를 만들어온 저축은행이다. 지난 2021년부터 부동산신탁회사인 무궁화신탁이 인수를 추진해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전성과 영업권역을 고려한다면 민국저축은행을 인수 목표로 잡는 것도 나쁘지 않는 결정이라는 관측이다. 


적정 매매가를 설정할 때도 건전성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우리금융이 실사까지 진행했지만 가격 논의가 나오기 전에 매각 중단 의사를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실사 후 평가한 가격과 매각 희망가로 알려진 가격 수준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인수에 나서기 전에 우리금융은 자본적정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보통주자본비율(CET1)이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보통주자본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높을수록 위험자산에 대한 손실흡수능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이 11.99%로 당국의 권고 수준인 12% 아래를 기록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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