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사태
은행권, 첫 자율배상…향후 비율 산정 관건
7개 은행, 4월부터 실시…총 배상액 2조 전망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9일 18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대 은행 CI. (제공=각 사)


[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은행권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자율 배상을 결정한 데 이어 손실 고객에게 배상이 이뤄진 첫 사례가 나왔다. 다만 투자자와 금융사 간 이견이 크고 구체적인 사례도 달라 전체 배상이 이뤄지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이날 홍콩 H지수 ELS 손실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해 자율배상을 결정하면서 7개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SC제일·씨티)이 모두 자율배상에 동참하게 됐다.


◆ 하나은행, 첫 자율배상 실시…"원활한 소통 결과"


하나은행은 이날 홍콩 H지수 ELS 손실 고객에게 첫 자율 배상을 실시했다. 하나은행은 전날 '홍콩H지수 ELS 자율배상위원회'에서 개별 자율배상안을 의결하고 일부 투자자들과 합의를 거쳤다.


하나은행은 배상을 위한 사전 작업을 위해 원활하게 소통을 진행해 온 덕에 빠르게 배상을 실시할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홍콩H지수 ELS 투자 손실이 확정되고 사실관계가 확인된 투자자들과 배상비율에 대해 원만히 합의한 결과"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신속하게 배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만기 손실이 확정됐거나 현재 손실 구간에 진입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빠르게 보호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4월부터 고객에게 배상 내용, 절차 등의 안내를 시작하고 배상비율 협의가 완료된 고객부터 배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원활한 투자자 배상을 지원하기 위해 자율조정협의회도 신설한다. 협의회에는 금융업 및 투자상품 관련 법령과 소비자보호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외부 전문가들을 배치한다. 외부 전문 위원들은 투자자별 판매 과정상의 사실 관계와 개별 요소 등을 파악해 배상금액을 산정할 계획이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해 시장 예상 배상 비율인 40%를 적용할 경우 올해 주요 6개 은행 배상액은 1조9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은행별로 배상액을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약 99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은 2870억원, 농협은행이 2590억원, 하나은행이 2570억원, SC제일은행이 1500억원을 배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 투자자별 상황 천차만별… 배상비율 결정, 산 넘어 산


다만 실제 배상이 이뤄지는 데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별 상황이 천차만별인 탓이다. 투자자별 고려 요소에 따라 배상비율은 최대 45%까지 가감할 수 있는데 요건이 모호하다.


▲예·적금 등 원금보장상품 가입을 목적 고객(10%p)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5~15%p) ▲ELS 최초 투자(5%p) ▲자료 유지·관리 및 모니터링콜 부실(5~10%p) ▲비영리 공익법인(5%p) 등은 가산된다. ▲ELS 투자 경험(-2~25%) ▲ELS 매입·수익 규모(-5~15%p) ▲금융상품 이해능력(-5~10%p) 등은 차감된다. 이 외에도 기타 조정요인(±10%)이 반영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별 상황이 매우 다양해 배상 비율을 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50회 이상 가입한 ELS 투자자도 있다"고 말했다.


ELS 가입자들은 원금 손실에 대해 100%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ELS 가입자들은 자율배상 결정에도 국민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길성주 홍콩 ELS 피해자 모임 위원장은 "작년 12월 1차 집회를 시작으로 정부와 여야 의원들에게 간절히 현 사태에 대해 성토를 외쳤으나 은행들은 자신들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금융당국도 피해자를 외면하는 배상안을 발표했다"며 "그들에게 철저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ELS 사태 12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