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맵, 외상매출 '후폭풍' 우려
매출채권 상당부분 손실 반영…기술특례상장 면책 규정 허점 지적도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9일 09시 5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유봉 플라즈맵 대표이사가 지난해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IPO 간담회에서 회사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플라즈맵)


[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의료기기 케어 솔루션 딥테크 플라즈맵이 매출채권 중 상당부분을 손실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매출을 끌어올리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플라즈맵은 이달 14일 제출된 분기보고서에서 회사가 보유한 매출채권 94억원 중 35억원을 합리적으로 회수할 수 없다고 판단해 같은 금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했다. 손실처리된 매출채권은 재무재표상 영업손실로 인식돼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플라즈맵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에서 시작한 바이오 플라즈마 딥테크 기업으로, 약 1240억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지난해 10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회사는 미래 추정 매출로 ▲2022년 200억원 ▲2023년 400억원 ▲2024년 900억원 ▲2025년 1520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2022년 매출 133억원, 2023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89억원을 기록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손실충당금 규모 지속 증가…매출채권 과도한 수준


플라즈맵은 무리한 영업활동을 벌인 여파로 매출채권 회수에 어려움을 겪으며 몸살을 앓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플라즈맵의 손실충당금은 2021년 4억원에서 2022년 13억원, 2023년 35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플라즈맵의 손실충당금 증가는 지난해 저가 수주를 통해 외상으로 판매한 제품들의 대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매출채권은 12개월 이상 연체되면 재무재표 내에서 100% 손실로 처리된다. 현재 30일 넘게 연체중인 채권이 21억원, 6개월 넘게 연체 중인 채권이 27억원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플라즈맵이 감당해야 하는 대손상각비는 향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플라즈맵 및 피어그룹 매출관련 데이터. (출처=전자공시시스템 및 각 사 연간보고서)

플라즈맵은 지난해 IPO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스웨덴 기업 게틴지(GETINGE)와 일본 기업 호지메디칼(HOGY MEDICAL) 등을 피어(비교)그룹으로 선정했다. 해당 기업들은 모두 의료용 멸균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플라즈맵은 산업 및 사업 유사성, 영업성, 평가결과 유의성 등을 기준으로 이들 기업들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한 뒤 공모가격을 결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동종 업계 기업들의 매출채권 데이터를 살펴보면 플라즈맵의 매출채권 손실은 과도한 수준이다. 케틴지와 호지메티칼의 매출채권 대비 대손상각비의 비율은 각각 4%, 0%인 반면, 플라즈맵은 2022년 16%, 2023년 3분기 59%로 큰 차이를 보인다. 


매출 대비 매출채권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케틴지, 호지메티칼의 2022년 매출 대비 매출채권의 비율은 각각 19%, 30% 수준이지만 플라즈맵은 2022년 반기(상장직전) 81%, 2023년 3분기 66%를 기록 중이다. 이에 더해 매출채권의 현금화율을 나타내는 지표인 매출채권 회전율도 2022년 반기 기준 3.66을 기록하며 업종 평균인 4.59를 밑돌았다.


플라즈맵의 수주잔고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상장 시 회사가 밝힌 수주잔고는 2132억원 규모였으나 올해 3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1700억원으로 감소했다. 때문에 회사가 파트너사들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매출채권 발행을 늘렸다고 주장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플라즈맵 관계자는 "회사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수익성보다 인프라 구축에 방점을 두고 수주잔고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계약관계가 꼬인 결과"라며 "매출채권 회수를 위해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는 등 교통정리가 끝나 적지 않은 규모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술특례제도 면책규정 지적도…매출채권 꼼꼼한 감사 필요


일각에서는 기술특례 상장 제도의 면책규정이 플라즈맵이 과감하게 매출채권을 늘릴 수 있었던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특례 상장기업의 매출액 기준은 5년간, 손실비중은 3년간 유예돼 관리종목 지정이 면제된다. 무리한 매출 채권 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보다 상장 전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높이기 위해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에 대한 유인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반면 투자자들은 이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 연체된 매출채권을 상각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이 설정되면 영업손실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플라즈맵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전년동기대비 31억이 늘어난 152억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상장시 6700원이던 주가는 28일 종가 기준 4360원으로 35% 하락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매출채권은 보통 당연히 받을 수 있는 항목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어 많은 기업들이 재무재표상 매출로 인식하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 회수가 안 될 가능성도 있다"며 "투자자들이 신규상장기업에 투자할 때 기업의 영업현금흐름과 순이익, 매출채권비율 등을 유의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기세 경북대 교수는 "회계법인 감사 시 상장사가 보유한 매출채권에 대해 꼼꼼히 검토하면 회수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며 "감사를 맡는 회계법인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예방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