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블루홀 발굴 주역 ‘새출발 시동’
‘인터넷 벤처투자 1세대’ 부경훈 케이제이앤파트너스 대표

[딜사이트 정강훈 기자] 국내 벤처투자 역사상, 가장 큰 수익을 남긴 투자는 무엇일까. 아마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인 크래프톤(옛 블루홀)이 첫 손에 꼽힐 것이다. 크래프톤의 투자사 중에서도 케이넷투자파트너스는 2009년 99억원을 투자해 9년만인 지난해, 40배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 벤처캐피탈 시장에서도 단 한건의 투자로 수천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은 전무후무한 사례다.



부경훈 케이제이앤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케이넷투자파트너스에 재직할 당시 크래프톤을 발굴한 주인공이다. 부 대표는 한국기술투자(현 SBI인베스트먼트) 시절, 네이버에 첫 투자한 심사역이기도하다. 벤처투자업계에서 인터넷기업 투자 경력으로는 1세대로 꼽힐만하다.


현재는 박재찬 공동대표와 함께 케이제이앤투자파트너스를 설립하고 새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관심있는 투자 대상은 역시 인터넷과 게임이다. 정확히 20년전과 10년전에 네이버와 블루홀을 발굴한 부 대표가 또 다른 원석을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KTIC서 심사역 입문, 네이버에 100억 투자


부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4년 PC통신서비스 하이텔을 서비스하던 한국통신하이텔에 입사했다. 당시 막 태동하던 PC통신업체에서 근무하면서 개발 경험을 쌓고, 장차 다가올 인터넷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알게 됐다.


그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 장은창업투자(현 KB인베스트먼트) 사무실을 방문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며 “심사역에 흥미가 생겨 지인의 소개를 통해 1997년 한국기술투자(KTIC)에 입사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입사 직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한동안 투자를 하지 못했지만, 벤처시장이 조금씩 주목을 받자 부 대표는 인터넷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의 이재웅 전 대표를 만났다. 당시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독일의 미디어그룹인 베텔스만으로부터 투자유치를 진행하면서, 그에 매칭할 국내 투자자를 찾는 상황이었다.


투자기회는 부 대표보다 한발 빨랐던 박현주 회장의 미래창업투자(현 미래에셋캐피탈)에 넘어갔다. 박 회장은 24억원을 투자해 1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려 전설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투자는 놓쳤지만, 부 대표에겐 또 다른 기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재웅 대표가 또 다른 유망 벤처기업을 소개해준 것이었다. 그 업체가 바로 삼성SDS에서 막 분사한 네이버였다.


1999년, 부 대표가 발굴한 네이버에 KTIC는 100억원을 단독으로 투자해 20% 지분을 확보했다. 네이버는 2001년 한게임과 합병하면서 성장 발판을 마련했는데, 당시 KTIC는 한게임의 주요 주주이기도 했다.


500억원 기업가치에 투자한 네이버는 약 20년 뒤인 현재 시총 20조원을 바라보는 공룡 IT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KTIC는 네이버 투자로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어수선한 회사 사정으로 투자한 지 얼마되지 않아 지분을 모두 정리했기 때문이었다.


◆ 케이넷투자 합류, ‘배틀그라운드’ 블루홀 발굴


부 대표는 2003년 네이버 투자가 정리되자 한미창업투자(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로 자리를 옮겨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2008년경 김병관 대표(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가 있었던 NHN게임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NHN게임스가 웹젠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재무적투자자(FI)로서 도와달라는 제의였다.


이에 부 대표가 프로젝트펀드를 만들기로 하고 출자자(LP)를 모았다. 하지만 NHN본사에서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방침이 바뀌면서 공동투자는 없던 일이 됐다. 투자가 무위로 돌아가자 거취를 고민하던 중, 출범을 준비 중인 유한회사형(LLC) 벤처캐피탈 케이넷투자파트너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케이넷투자파트너스는 SK그룹의 출자를 받아 1호 펀드를 만들 예정이었으나 파트너 중 한 명이 이탈하면서 대체자가 시급하게 됐다. 그런 상황에 부 대표가 출자사업 지원 마감 직전에 파트너로 합류하면서 무사히 500억원 규모의 1호 펀드가 만들어졌다.


1호 펀드의 핵심 포트폴리오는 펀드의 20%(99억원)를 한번에 ‘베팅’한 크래프톤이었다. 벤처투자 시장 규모가 커진 현재에도 스타트업에 100억원을 투자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않다.


부 대표는 “블루홀이 투자유치를 받는다는 소리를 듣고 김강석 대표를 소개받아 투자를 검토했다”며 “게임업계를 보면서 가진 의문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곳이 바로 블루홀”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개발팀이 주축이었던 크래프톤은 MMORPG 전문 개발사라는 정체성을 강조했다. 당시 국내에서 MMORPG를 개발할만한 게임사는 엔씨소프트, 넥슨, 엑스엘게임즈 정도에 불과했다. 크래프톤의 인력 구성이라면 충분히 베팅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오너인 장병규 의장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그 결과 2011년 출시된 MMORPG ‘테라’는 그 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며 게임시장에 ‘블루홀’이라는 이름을 알렸다. 이후 해외의 게임 개발자인 브랜든 그린을 영입해 2017년 내놓은 ‘배틀그라운드’가 성공하면서, 블루홀은 단숨에 국내를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떠올랐다.


◆ 투자 성과급 지급 소송 나선 이유는


크래프톤의 투자사였던 케이넷투자파트너스도 잭팟을 터뜨렸다. 2009년 당시 99억원으로 1주당 1만5000원에 주식을 사들였는데 주가가 60만원 이상으로 높아졌다. 단 한건의 투자로 펀드가 4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것은 국내 벤처캐피탈 역사에서 초유의 사건이다.


하지만 부 대표 개인이 그 결실을 거둘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크래프톤 투자금을 회수하기 이전인 2014년에 이미 회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부 대표는 퇴사하면서 펀드의 성과보수가 추후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개인 성과급을 수령하기로 회사와 합의했었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개인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자, 부 대표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외부자금을 운용하는 벤처캐피탈은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서로간의 약정까지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린다면 공정하고 투명한 투자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개인적인 금전 문제 뿐만 아니라 업계 생태계를 위해서도 중요한 이슈라고 판단해 소송에 나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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