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 시중은행 전환
대구은행, 대출 확대 전략 "쉽지 않네"
PRM 활용 수도권 진출 등 자산 성장 드라이브…그룹의 낮은 CET1비율 '부담'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0일 07시 5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DGB금융지주)


[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대출자산을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지만 모회사인 DGB금융지주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그룹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11% 초반대로 떨어지면서 은행이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데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서다. 여기에 주주환원 확대라는 숙제까지 안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은행의 대출 확대 전략이 그룹의 자본 정책과 엇박자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몸집 불린 대구은행, 향후 자산성장률 목표 7%↑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대구은행은 대출자산을 늘리면서 몸집을 크게 부풀렸다. 


10일 DGB금융의 1분기 실적 공시에 따르면 대구은행의 지난 3월 말 기준 원화대출금은 55조5744억원으로 전년동기(50조5244억원) 대비 9.1% 성장했다. 대구은행의 원화대출금은 ▲2019년 말 38조5000억원 ▲2020년 말 44조1665억원 ▲2021년 말 47조9129억원 ▲2022년 말 50조5168억원 ▲2023년 말 54조791억원으로 증가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매년 7~8% 이상의 자산을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천병규 DG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역에 한정된 업권을 수도권 위주로 확장해나가는 중"이라며 "올해 하이싱글디지트(7~9%) 수준의 자산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대비 수도권 지역의 점포 수가 부족한 만큼 시중은행 퇴직 인력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지난 2월 말 시중은행 지점장·부장급 퇴직자를 대상으로 기업금융전문가(PRM) 채용을 진행했다. 채용 지역은 수도권 및 충청 지역, 분야는 기업금융·영업, 기업 여신심사 부문이다. PRM이 지역 소재 기업에 방문 상담을 제공하고 맞춤형 금융 상품을 판매한다.


대구은행은 올해 50명의 PRM을 신규 채용했는데 작년 기준 총 PRM 인원의 76%에 달하는 수준이다. 대구은행의 총 PRM 수는  ▲2020년 42명 ▲2021년 51명 ▲2022년 61명 ▲2023년 66명으로 매년 늘어났다.


대구은행은 전국 단위 점포 수가 시중은행 대비 부족한 만큼 PRM 제도를 활용해 시중은행으로 조기 안착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광역시와 도 단위로 거점점포를 신설할 예정이며 PRM제도와 1인 지점장 등과 같이 찾아가는 영업을 통해 고객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라며 "찾아가는 영업으로 중신용자·개인사업자 등 더 넓은 범위의 중소기업과 같이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 지주 CET1비율 '고민'…외형 성장 '제한적'


다만 대구은행이 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에는 DGB금융의 CET1비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은행이 대출자산을 확대할 때는 자기자본 규모가 중요하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규제에 따라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자기자본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의 1분기 기준 총자본은 4조9857억원인데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총자본은 28조~36조원대로 최소 5배가 넘는 수준이다. 대출 가능 총량 자체가 시중은행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에 시중은행 전환과 함께 대구은행의 자본 확충은 필수라 할 수 있다.


다만 현재 DGB금융의 CET1비율이 1분기 말 현재 11.07%로 전체 은행지주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 은행에 대한 출자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대구은행의 CET1비율이 13.51%로 양호하기 때문에 당분간 은행 자체 자본 버퍼 내에서 대출 확장 정책을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룹 총자산(103조1000억원)에서 은행(79조6291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77%에 달해 은행의 대출 확대로 인한 위험가중자산(RWA) 증가가 고스란히 그룹의 CET1비율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부담도 상존한다. 


실제로 대구은행은 CET1비율이 지난해 2분기 14.01%로 연중 고점을 찍은 뒤 대출을 확대하면서 RWA가 증가, 올 1분기 말 13.51%까지 떨어졌는데 그룹의 CET1비율도 같은 기간 11.26%에서 11.07%로 19bp(1bp=0.01%) 하락했다. 대구은행의 1분기 기준 RWA은 45조3461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은행 RWA 증가는 그룹 전체의 RWA 증가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천 CFO 역시 "CET1 비율이 전년 말 대비 16bp(100bp=1%포인트) 감소했는데 이는 은행의 자산 성장이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DGB금융은 주주환원 확대라는 숙제까지 안고 있다. 그룹은 당초 CET1비율 12% 이상에서 총주주환원율 30% 초과 40% 미만의 주주환원을 실시할 수 있고, 최종 관리 목표는 13%라고 밝힌 바 있다. 천 CFO는 "CET1비율 12%를 초과해야 30% 이상의 주주환원을 할 예정인데, 시중은행 전환 후 3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 CET1비율 제고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암시했다. 이는 곧 대구은행의 대출 확대 전략이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CET1비율 제고를 위해선 RWA를 줄이거나 이익잉여금을 많이 쌓는 수밖에 없는데,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익잉여금을 올리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시중은행들이 공격적으로 기업대출 확대에 나서면서 시중은행은 올해 수도권뿐 아니라 지역 소재의 기업으로까지 대출 대상을 늘리고 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대비 금리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쳐질 수밖에 없는 탓에 마진을 포기하면서 시중은행과의 경쟁에 참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은행의 대출 잔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음에도 순이자마진(NIM)은 5bp(1bp=0.01%) 하락한 것이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자본비율이 하락하는 추세와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력 등을 감안하면 내실을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며 "은행 건전성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성장 확대를 빌미로 NIM마저 추가 하락할 경우 자본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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