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오매불망' 은행만 바라보는 VC업계
은행 말고는 LP 구하기 어려워···GP 자격반납 가능성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7일 10시 3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1 지난 4월4일 IBK기업은행은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IBK벤처투자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기업과 국내 벤처캐피탈 등 무려 400여명이 자리하며 성황을 이뤘다. 벤처캐피탈(VC) 설립 행사치고는 규모가 굉장히 컸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었다.


다만 이날 행사를 마음 편히만 바라볼 수 없는 업계의 고심도 나타났다. 행사에 참석한 VC 관계자는 "IBK기업은행과 IBK캐피탈 등이 그동안 VC업계에 자금을 공급해주는 유한책임투자자(LP) 역할을 해왔는데 같은 계열사인 IBK벤처투자를 설립한 뒤에는 이 같은 자금공급이 끊기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다"며 "물론 IBK 측에서는 그럴 일이 절대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가뜩이나 민간LP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2 지난 4월26일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은 여의도 본사 사무실에서 총 7850억원을 출자하는 '2024년도 출자사업 계획 설명회'를 진행했다. 크지도 않은 사무실에 80여명에 달하는 VC업계 관계자들이 빽빽이 들어찼다. 가뜩이나 요즘 VC업계의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이라 이런 대규모 출자사업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다만 조익재 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장의 마지막 멘트가 의미심장했다. 조 전무는 "이번 출자사업 모펀드에 시중은행들이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해 출자했다는 점이 특히 걱정스럽다"며 "추후 은행으로부터 투자확약서(LOC)를 받는 것도 작년과는 환경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 달라"고 강조했다.


4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IBK벤처투자 출범식 & CES 혁신상 수상기업 데모데이'에서 김성태 IBK기업은행 은행장(가운데), 조효승 IBK벤처투자 대표이사(왼쪽에서 네 번째), 이형주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IBK기업은행)

올해 상반기 VC업계의 최대 화두는 '펀딩'이다. 펀딩이 중요치 않은 한해가 언제 있었냐고 반문할 법 하지만 올해의 고민은 단순치 않다. 시작은 지난 3월말 한국벤처투자가 1차 정시 출자사업으로 GP 43곳을 선정하고 416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최근 들어 돈이 돌지 않는 벤처투자 시장을 고려해 빠른 출자 결정을 내려준 점에는 감사한 일이지만 평년과 달리 한 번에 거액을 쏟아 붇다보니 부작용이 나타났다. GP 43곳의 펀드 결성시한이 모두 6월 말로 동일해졌다. 한국벤처투자의 펀드출자 비중이 50%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3개월 내로 4000억원 이상을 외부에서 모아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VC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벤처사업 출자 계획이 있다는 지방자치단체나 일반 기업들이 나오면 우르르 몰려가 PT를 하는 진풍경이 반복됐다.


문제는 VC들이 찾아갈만한 LP들이 한국벤처투자와 성장금융, 산업은행 등 널리 알려진 정책자금을 제외하면 지극히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 엔데믹 이후 경기 불황으로 일반 기업들의 유동성이 악화된 탓이 크다. 상황이 이러니 투자 이후 회수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벤처펀드 출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VC업계에서는 결국 은행에 또 다시 기댈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 나온다. 고금리 시대가 도래한 이후 실적이 오히려 호전된 은행만이 벤처펀드에 출자할만한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심지어 은행이 벤처펀드 출자를 거부하면 횡재세라도 동원할 것이라는 분석마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앞서 IBK벤처투자의 설립식에서 언급한 첫 번째 장면은 VC업계의 LP 풀(pool)이 얼마나 빈약한지를 증명해주는 대목이다. 새로운 VC의 설립에 박수를 보내줘야 할 여유조차 없을 만큼 업계가 펀딩에 그만큼 예민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데 두 번째 장면을 보면 성장금융으로부터 GP로 선정된 VC들은 은행에 손 벌리기도 쉽지 않다. 돈을 못 받아도 고민, 받아도 고민이다. 하반기에 VC들의 GP 자격 반납이 줄을 이을지도 모를 일이다. VC업계가 이 난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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