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출발점은 신창재 회장의 '고민'…FI 갈등 해소 기대
편중된 생명보험 사업구조 개선 필요성 제기…새 성장동력 발굴, 경영권 방어 등 효과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3일 14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제공=교보생명)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교보생명은 지난해 2월 지주사 전환 계획을 공식화하고 목표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정했다. 2005년부터 지주사 전환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왔으나 교보생명 이사회에 로드맵을 보고하고 공식적으로 계획을 밝힌 건 처음이었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은 금융권에서는 이미 예견한 일이다. 전 세계 경기침체로 생명보험업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생명 중심의 지배구조로는 성장 전략 수립과 추진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지주사 전환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시점을 못박은 배경을 알기 위해선 오너경영인인 신창재 회장의 고민을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주사 전환 추진 결정 뒤에는 신 회장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 "지속 성장하려면 미래 성장동력 발굴"

가업을 물려받은 여느 오너경영인과 마찬가지로 신 회장의 가장 큰 고민도 '어떻게 하면 회사의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다. 교보생명을 생명보험업계 3위 기업으로 키워낸 신 회장이지만 생명보험산업 자체가 정체기를 맞은 만큼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이 교보생명(그룹)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다. 사실상 지주사에다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고 또 그룹 대부분의 수익이 교보생명에서 발생한다.


문제는 교보생명이 저출산, 고령화 등에 따른 생명보험산업 침체로 성장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보험사 사이 경쟁도 치열하다. 교보생명은 당장 지난해 기준 순이익 규모에서 신한라이프와 격차가 좁혀지면서 업계 3위 자리도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다.


신 회장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새 성장동력 발굴에 대한 의지가 본격 드러난 것은 2020년 8월 열린 창립기념일에서다. 이때 신 회장은 '양손잡이 경영'이라는 화두를 처음 꺼내며 보험사업 성장은 물론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도 신경을 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당시 신 회장은 "과거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미래의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급격한 시장 변화 속에 살아남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는 기업이 되려면 한 손으로는 기존 보험사업에서 수익성을 증대하고 다른 손으로는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양손잡이 경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은 바로 신 회장의 이런 인식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이 크다. 교보생명은 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새 성장동력 발굴 등에 탄력을 받으면서 지금의 편중된 사업구조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지배구조가 생명보험 중심이라 비보험쪽 사업 분야를 확장하는 데 법규상 제약이 따른다. 지주사로 전환하면 이런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데다 신설 지주사를 중심으로 새 성장동력 발굴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교보생명 순이익 비중 91% '높은 의존도'

교보생명(그룹)은 해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정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 또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몸집이 크지만 대부분 수익을 교보생명에서 올리는 등 사업구조가 편중돼 있다. 교보생명은 모두 16곳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내세울 만한 계열사는 교보증권, 교보악사자산운용 정도뿐이다.


교보생명(그룹)은 신창재 회장이 교보생명을 지배하고, 교보생명이 소속 금융회사와 소속 비금융회사를 지배하는 수직적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공정자산 규모 10조원 이상 기업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5조원 이상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말 공시한 '2023년 3분기 교보금융복합기업집단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개별 또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소속금융회사 12곳의 총자산은 119조5259억원이다. 이 가운데 교보생명 자산은 104조7988억원으로 87.6%를 차지한다.


순이익 기준으로 보면, 교보생명 의존도가 더 잘 드러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2곳 회사의 총순이익은 6580억5800만원으로 집계됐다. 그 중 교보생명의 순이익은 6028억5900만원으로 91.6%를 차지했다.


주요 소속금융회사는 교보생명, 교보증권,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교보자신신탁, 교보에이아이엠자산운용, 케이씨에이손해사정, 포트리스이노베이션, 교보정보통신, 케이씨에이서비스, 교보생명자산운용(미국), 교보생명자산운용(일본) 등이다. 비금융회사로는 교보문고, 교보리얼코, 제일종합관리서비스, 디플래닉스 등이 있다.


◆사모펀드와 갈등 해소 실마리


금융권에서는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신 회장의 지배력과 연결해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는 신 회장이 2018년 이후 사모펀드 주주와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신 회장은 2012년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24.0%가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넘어가고 경영권이 흔들릴 상황에 놓이자 어피너티컨소시엄과 풋옵션 계약을 맺고 경영권을 방어했다. 풋옵션 내용은 2015년까지 기업공개를 못 하면 신 회장이 어피너티컨소시엄이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을 다시 사준다는 것이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8년 풋옵션을 행사했고 현재 신 회장과 풋옵션 가격을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신 회장은 어피너티컨소시엄과 관계를 풀지 못하면 풋옵션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데 그러면 1조~2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신 회장은 본인과 특수 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일부를 팔 수밖에 없어 경영권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지주사 전환은 결국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어피너티컨소시엄과 갈등을 풀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이 가장 원하는 것은 성공적 투자금 회수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어피너티컨소시엄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가치도 높아지는 만큼 성공적 투자금 회수의 기회가 생긴다.


교보생명은 현재 지주사 전환을 두고 주주들을 설득하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어피너티컨소시엄 설득 과정에서 미래 비전 등과 함께 바로 이 점을 적극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신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교보생명 지분 36.91%를 들고 있고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 IMM PE, BPEA EQT 등으로 구성됐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