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남매의 난
조원태, 한진칼 이사에 PE 대표 추천 이유는
"투기세력 비판하더니 난센스" Vs. "불가피한 전략적 선택"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9일 13시 4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사모투자전문회사(PEF) 대표들이 한진칼 경영권 다툼의 대척점에 서 있다.


대한항공 지주사 한진칼은 오는 27일 정기주총을 앞두고 3명을 새 사외이사 후보에 올려놓았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과 최윤희 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 그리고 임춘수 마이다스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가 그들이다. 한진칼은 새 사외이사 후보들 모두 금융전문가로 소개했다.


한진칼은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등 이른바 '3자 주주연합'과 치열한 경영권 전쟁을 펼치고 있다. 여론전이 지분 싸움으로 이동하더니, 최근엔 법정 소송까지 확전됐다. 양측이 서로 장군과 멍군을 외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양측의 공방전을 외부에서 바라보는 이들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이끄는 현 경영진의 취약점으로 짚는 분야가 바로 금융이다. 강성부 KCGI 대표가 지난 달 기자회견 때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비율(2019년 3분기 851.9%), 지속되는 누적적자(2014~2019년 1조7414억원) 등을 이유로 조 회장의 무능을 난타했기 때문이다. 현 경영진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재무 관리에 실패하면서 더 좋은 회사 될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뜻이었다.


조 회장 측이 이번 정기주총에서 새 사외이사 후보 3명을 금융에 능통한 인사들로 집중 배치한 것도 '3자 주주연합'의 강점에 대응하면서, 소액주주 1~2%의 생각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는 이번 주총 '표심'에 호소하겠다는 생각까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항공 분야에서는 현 경영진이 '3자 주주연합'보다 전문성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금융 분야 인력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다만 3명의 사외이사 후보 중 임춘수 대표의 선임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가 이끄는 마이다스PE는 지난해 8월 출범한 신생 사모펀드회사로 업태만 놓고 보면 KCGI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진칼에선 이미 경영진은 물론 노동조합, 전직임원회까지 사모투자회사 KCGI가 끼어 있는 '3자 주주연합'을 먹튀의 표본이라고 평가했다.  


한진칼은 지난달 20일 강성부 KCGI 대표의 자사 관련 기자회견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한 많은 자본들이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점을 지적하며 주주권리를 내세웠으나 결국 막대한 차익만 챙기고 '먹튀'했다. 조현아 주주연합 역시 차익실현을 노리는 투기세력"이라고 규정했다.


한진칼 전직임원회는 다음날인 21일 "수익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명분도 던져버리는 사모펀드, 업종과 연관 없는 곳에 투자해 경영권을 흔들려는 전형적 투기세력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야합"이라고 했다. 노조는 '3자 주주연합'에 대해 "자기들의 배만 채우려는 투기 자본"이라고 꾸준히 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CGI처럼 사모투자전문회사 대표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이 난센스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한진칼 구성원들이 그토록 비판했던 사모펀드 분야의 전문가를 임원으로 끌어들인 셈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강성부 대표처럼 '3자 주주연합'이 갖고 있는 강점에 대응하기 위해선 같은 업계의 또 다른 전문가 영입이 불가피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경영권 다툼이 이달 정기주총 이후에도 벌어지는 등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궤를 같이 한다.


강 대표와 임 대표는 걸어온 길도 닮았다. 강 대표는 대우증권과 동양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를 거쳐 2015년 LIG그룹의 사모펀드인 LK파트너스 대표를 역임했다. 임 대표는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와 한국투자증권 부사장을 역임한 뒤 지금의 마이다스PE 대표에 올랐다.


한편으론 마이다스PE의 모회사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이 한진칼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향방도 궁금하게 됐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은 임 대표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따른 이해상충의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단 기권을 선택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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