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에스트라, 내부거래 문제되나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작년 내부거래비중 71.1%… 아모레퍼시픽 “일감 몰아주기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완전자회사 에스트라(구 태평양제약)가 제약사에서 메디컬뷰티 전문기업으로 변신한 이후 실적과 재무건전성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내부거래를 늘리는 방식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왔던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후에도 성장페달을 밟을 수 있을지 여부에는 물음표가 붙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스트라는 지난해 1026억원의 매출과 20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2.6%, 영업이익은 27.7% 증가했다. 순이익은 24억 원으로 같은 기간 14.1% 늘어났다. 반면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외상어음 등의 증가로 2016년보다 3.5%포인트 상승한 27.8%를 기록했다.


실적 개선은 모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내부거래 규모를 늘렸던 게 유의미하게 작용했다. 전체 매출의 71.1%에 해당하는 760억원이 내부거래로 발생한 덕에 외형성장은 물론 마케팅 및 판매유통비 등 원가절감으로 수익성도 개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에스트라의 내부거래 규모가 2013년 한독에 제약사업부문을 매각한 이후부터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 2013년 358억원에 불과했던 내부거래 규모는 2014년 360억 원으로 늘어났고 2015년 518억 원, 2016년 647억 원, 2017년 730억 원으로 4년 새 103.7%나 증가했다.


에스트라의 내부거래 규모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관절염치료제 ‘케토톱’과 같은 확실한 ‘캐시카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2013년과 내부거래 규모가 비슷했던 2014년 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2014년 매출은 791억 원으로 전년보다 3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36억 원으로 적자전환 됐다. 코슈메디컬(의학+화장품) 시장에서 이렇다 할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보니 내부거래를 늘리는 방식으로 실적 개선 및 성장을 도모해 왔던 셈이다.


하지만 내부거래를 바탕삼아 성장해 왔던 에스트라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달 2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 의지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총수일가의 보유 지분율을 일괄 20%(현행 상장사 30%, 비상장사 20%)로 변경하는 내용과 함께 이들 기업 가운데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역시 계열사와 200억원 또는 매출의 12% 이상 내부거래를 할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에스트라는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완전자회사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작년 12월말 기준 서경배 회장이 53.9%, 그의 장녀인 민정 씨 2.93%, 누나인 서송숙 여사가 0.12% 보유하고 있다. 새로 만들어진 자회사 규정에 발목이 잡히게 생긴 셈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에스트라의 내부거래 규모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사익편취가 아닌 그룹의 수직계열화 영향이 크다”며 “일감 몰아주기와 다른 차원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내부거래를 줄이기 위한 계획 등은 현재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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