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구조조정 대의에 새는 혈세
산은, 막대한 자금 지원···회수율 20~30%에 그쳐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9일 10시 5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제공=KDB산업은행)


[딜사이트 최유나 기자]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딜 중 하나는 단연 대항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이다. 아시아나항공 기업가치는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많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대한항공과 더불어 국내 양대 대형항공사(FSC)로 오랜기간 군림해 온 '명성' 덕분인지 시장 이목을 끌기엔 부족함이 없는 듯하다. 


업계를 대표하는 공룡들의 합병시도는 몇년 전에도 있었다. 바로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딜이다. 이름값 덕에 세간의 관심을 크게 받았다. 그러나 정작 딜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지 못했다. 무려 2년 6개월 동안 시간만 질질 끌다 무산됐고 그 시간 동안 대우조선의 기업가치는 하락했다. 당시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이 헛된 욕심을 부렸었단 평가가 많았다. 


위에 언급한 두 딜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KDB산업은행으로부터 대규모 지원사격을 받았던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기업구조조정'이라는 명분을 통해서다. 대우조선에는 7조1000억원이, 아시아나에는 3조6000억원의 산은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대우조선의 경우 이후 한화에 인수되긴 했으나 8일 종가 기준 주식 가치는 2만4550원으로, 산은의 보유 주식주(5973만8211주)를 고려하면 1조4666억원에 불과하다. 한화의 노력으로 주식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으나 투입한 공적자금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아시아나의 경우에도 이미 막대한 현금이 투입됐으나, 산은의 곳간은 여전히 열려 있는 듯 보인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강석훈 산은 회장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심사가 종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금융 업계에선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과거 대우조선 사례처럼 출혈만 하고 결과물을 얻지 못할 수 있어서다. 운이 좋아 딜이 잘 마무리가 된다고 해도, 산은의 자금회수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기업구조조정 목적으로 산은이 기업에 지원한 전체 자금 중 회수된 비중은 20~30%에 불과하다. 


물론 국책은행으로서 산은의 역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을 되살려냄으로써 얻게 되는 파급력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산은의 순기능 중의 하나다. 여기에 대기업 및 관계사들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 및 그들의 가족 생계까지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이 근간이 되는 금융기관이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원 규모와 시기 등을 보다 면밀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 대우조선 사태를 되돌아 봐야 한다. 지원에 앞서 자금이 적재적소에 배치되고,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 있는지 또 이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양정숙 국회의원은 '국가가 받쳐주고 국민이 갚아주는 산업은행'이라며 그간 산은의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산은도 이런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 대부분이 인정할 수 있는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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