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공격경영
배당 확대에도 ‘짠물’ 평가 왜
[오뚜기 공격경영]④ 잉여금 1조 상회…배당수익률, 은행 이자율 밑돌아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오뚜기가 보수적인 배당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근 10년간 1주당 배당금을 평균 671원씩 올리면서 전체 순이익의 22% 수준까지 배당금 총액을 늘리긴 했지만 주가 및 이익잉여금 등을 고려했을 때 주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오뚜기는 최근 10년간(2008~2017년) 개별기준 연평균 772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HMR(가정간편식) 시장에 최적화된 사업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데다 박리다매 영업방식을 택하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덕분이다. 아울러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 일부를 배당금으로 챙긴 것도 수익성 개선에 적잖은 도움이 됐다.


벌어들인 돈이 늘자 오뚜기는 배당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2011년까지만 해도 1주당 결산배당금이 2500원에 불과했지만 10년간 연평균 671원씩 늘린 결과 2017년에는 7000원으로 크게 올랐다. 이로 인해 배당성향도 같은 기간 14.1%에서 22.6%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 덕분에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수령해간 결산배당금도 매년 증가추세다. 그는 2011년 결산배당금으로 13억원을 수령한 후 △2012년 16억원 △2013년 18억원 △2014년 21억원 △2015년 27억원 △2016년 68억원 △2017년 69억원 등 10년간(2008~2017년) 총 272억원을 받았다. 이중 2017년은 일감 몰아주기 해소 및 지배구조 단순화를 위해 오뚜기SF 등 관계기업 4곳을 오뚜기에 합병시켜 보유주식수가 2016년 대비 1만주 감소했음에도 수령액은 1억원이 늘어 눈길을 끈다.


1주당 배당금이 늘어난 데다 배당성향도 확대추세다 보니 표면상으로는 오뚜기가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착시에 불과하다. 주주들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을 나타내는 지표인 배당수익률을 보면 오히려 하락추세기 때문이다. 10년간만 봐도 2012년까지는 평균 1.6%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했으나, 2013년부터 2017년은 평균 0.8%에 불과해 은행 이자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게다가 배당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은 매년 1000억원 안팎으로 늘고 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오뚜기의 이익잉여금은 4000억원 수준에 머물렀지만 지속적인 이익 창출에 힘입어 2017년 1조1039억원까지 불어났다. 아울러 작년 역시 ‘쇠고기미역국라면’ 등 신제품의 판매호조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익잉여금이 1조2500억원까지 증가할 것이란 게 시장의 관측이다.


오뚜기는 그럼 확보한 배당재원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대부분은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놓고 있는 상태며 일부는 안전자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단·장기금융상품 잔고만 봐도 작년 3분기 2831억원으로 2017년 말보다 38.7%나 늘었고 부동산 등 유형자산도 9747억원으로 같은 기간 27%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오뚜기의 배당확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주주환원정책 강화 및 3세 경영권 승계재원 마련 문제가 남아있는 게 이유다. 오뚜기는 2017년과 2018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상림식품지주 등 6개 계열사를 연결법인으로 합병, 2016년 말 10개에 달했던 관계법인을 작년 3분기 3개(오뚜기라면, 조흥,대선제분)로 줄였다. 다시 말해 지배구조 단순화에 따른 오뚜기 3세인 함윤식 씨의 승계재원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니 만큼 배당을 늘리지 않겠냐는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아직 가시화되진 않았지만 함영준 회장의 경영권 승계 전례를 볼 때 3세인 윤식 씨도 승계재원 마련에 나설 때가 됐다”며 “다만 일감 몰아주기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니 만큼 당분간은 배당확대라는 합법적 루트를 활용해 재원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승계와 별개로 오뚜기가 HMR(가정간편식) 시장에 최적화된 사업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도 배당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외 오뚜기의 주가와 이익잉여금 규모 등을 감안했을 때 주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만한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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