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 M&A
홍원식 체제, 경영 정상화 가능할까
고개 돌린 소비자에 한해 적자 700억…흐르는 골든타임 '어쩌나'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6일 08시 4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경영권 매각을 취소한 남양유업의 현 경영진이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까.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현 오너 체제가 그동안 밟아 온 이력들을 보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갑질 논란, 품질 논란 등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수년간 당해온 보이콧(불매운동)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일각에서는 홍원식 회장이 무리하게 경영권에 집착하려다 경영 정상화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남양유업의 실적 흐름은 2013년부터 꺾였다. 2012년까지 연결 기준 500억~6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던 남양유업은 2013년과 2014년 각각 175억원, 2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185억원의 영업흑자로 회복세를 보이는가 싶더니 2019년 영업이익 규모는 4억원으로 큰 폭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한 해 77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상반기에만 35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경쟁사인 매일유업이 지난해 8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실적 악화다. 매일유업은 올해 상반기 역시 43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며 양호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남양유업이 불안정한 실적 흐름을 갖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다. 남양유업의 실적은 불매운동의 움직임과 맥을 같이 한다. 실적이 처음으로 곤두박질 친 2013년은 남양유업이 '대리점 상품 밀어내기'를 비롯해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공개된 해다. 당시 갑질 논란의 후폭풍으로 편의점 가맹점주, 구매자 사이에서 남양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다.


2019년, 2020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2019년에는 아이들 제품에서 곰팡이, 녹가루가 검출됐다는 '품질 논란'이 퍼졌다. 지난해에는 현 경영진이 악의적으로 경쟁사 제품을 비방하는 게시글과 댓글을 지속적으로 게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비판받았다. 갖가지 논란으로 인해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의 불매운동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남양유업의 현금흐름에 적색등이 켜진 점 역시 문제다. 현금 유입 정도를 나타내는 잉여현금흐름(FCF)이 2019년과 2020년 각각 마이너스(-) 1076억원, -906억원을 기록했다. FCF가 플러스(+)면 현금창출능력이 양호해 채무 상환이나 사업 투자에 쓸 재원이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FCF가 -면 어디선가 자금이 부족했고, 이를 외부에서 조달했음을 뜻한다.


더 큰 문제는 유일한 개선책인 경영진 구성 역시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갖가지 논란을 일으켰던 홍 회장은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가 최근 조심스럽게 다시 회장직에 복귀했다. 다른 구성원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남양유업의 경영진은 이광범 상무(대표이사), 홍진석(홍원식 회장의 아들) 상무(사내이사)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이광범 대표는 남양유업이 불가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 발표로 논란으로 지난 5월 대표이사 사퇴를 발표했던 인물이다. 현재 불가리스 논란의 책임자로 거론되며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 남양유업 대표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착한기업, 착한소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남양유업 실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불매운동을 잠재울 수 있는 경영쇄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이 기업에 요구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수준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무리하게 경영을 이어가다 정상화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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