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매각 11번가, 기업가치 뚝
매각가 6000억 거론...FI 먼저 투자금 회수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9일 11시 0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참고사진1] 11번가 2023 플레이엑스포 오프라인 전시 부스.jpg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지난해 재무적투자자(FI)들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논란을 빚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 11번가가 결국 강제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매각은 FI 주도로 진행되는데 지난해 말 보다 절반가량 낮은 가격이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최근 11번가 매각 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를 선정했다.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H&Q코리아를 중심으로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매각가로는 약 6000억원이 거론된다. 매각은 FI가 먼저 자금을 회수하는 워터폴(Waterfall) 방식으로 진행된다. FI는 투자원금에 이자를 돌려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SK스퀘어가 가져가는 금액은 0원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된다. FI는 2018년 약 5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 같은 매각 방식이 결정된 것은 매각을 주도하는 것이 최대주주인 SK스퀘어(80.26%)가 아닌 FI(18.18%)기 때문이다. SK스퀘어는 투자를 유치하며 작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약속했다. 이를 지키지 못할 시 콜옵션을 행사해 투자금을 돌려주거나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활용해 FI가 회사를 매각할 수 있도록 했다.


11번가는 증권시장 침체 및 회사 실적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IPO에 나서지 못했다. 급한 대로 보유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돌려주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원매자들과 가격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며 협상을 매듭짓지 못했다.


몸값이 작년 보다 현저히 낮아지다 보니, 군침을 흘리는 원매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간 꾸준히 관심을 나타내온 아마존, 알리바바 등을 비롯해 실제로 협상에 돌입했던 큐텐 또한 매각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11번가 매각이 결국 FI 주도로 이뤄지며 기업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작년 기업가치를 높게 책정해 투자금을 최대한 회수하고자 했던 SK스퀘어의 선택이 악수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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