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복귀’ 최재호 회장, 지역민심 되찾을까
[소주열전-무학]① 2020년 점유율 15% 달성 목표


“기업이념인 ‘고객이 좋아하는 것을 하자’를 가슴 깊이 새기고 진심을 담은 최고의 제품으로 고객에게 다가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낸다는 열정으로 우리의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겠습니다”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최재호 무학 회장은 지난달 1일 개최한 창립 89주년 행사에서 경영복귀를 선언하며 이 같이 말했다. 주요 골자는 고강도 경영혁신을 통해 잃어버린 지역 민심을 잡고, 2020년까지 전국 소주 시장 점유율 15%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좋은데이나눔재단 이사장과 무학 이사회 의장직만을 수행했던 최 회장이 1년여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유는 2016년을 기점으로 ‘좋은데이’와 ‘화이트’ 소주의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게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매출만 봐도 개별기준 2015년 2783억원, 2016년 2542억원, 2017년 2313억원으로 3년간 16.9%나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87억원 기록해 2015년 대비 56.3%나 급감했다.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확대된 가운데 판매부진을 타파하기 위해 광고선전비 등 판매관리비를 늘렸기 때문이다. 무학의 판매관리비는 820억원으로 같은 기간 19.9% 증가했다.


문제는 올 들어 실적 감소추세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올 3분기까지 매출액은 1334억원,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6.6%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 됐다. 아울러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증가하면서 운전자본 부담 확대로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같은 기간 152억원에서 -239억원으로 악화됐다. 영업활동으로 현금이 유입되기는커녕 유출된 상황만 봐도 무학의 소주 판매가 얼마나 부진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무학의 판매부진은 스스로 자초했다는 게 주류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부산에 이어 수도권 공략에 나서면서 텃밭인 마산과 창원 등 경남지역 관리에 소홀했던 게 현재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실제 수도권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2015년까지만 해도 무학의 영남지역 소주 시장 점유율은 90%, 부산은 70%가 넘었다. 하지만 2년여 간 지역행사 등에 불참하면서 지역민들의 민심을 잃었다. 그 사이 영남지역은 틈새공략에 나선 하이트진로에, 부산은 자도주(지역술)인 대선주조에게 점유율을 뺏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올 들어 무학의 경남지역 시장점유율은 60% 중후반대까지 낮아졌고, 부산은 50% 아래로 추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학이 저도주 ‘좋은데이’로 벌어들인 돈을 지역에 재투자하지 않고 부산과 서울 등 수도권에 쏟아 부으면서 지역민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이야기가 적잖이 나왔었다”며 “최재호 회장이 완전히 새로운 무학을 만들겠다고 선포하고 최근 들어 지역과 상생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니 지켜봐야겠지만 단시간 잃어버린 지역민심을 내찾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학은 그러나 경영, 영업, 생산연구, 사회적책임 등 4개 부문 12개 실천과제를 설정하고 지금까지 잘못한 부분을 하나씩 바로잡아가고 있는 만큼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란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빠르게 변하는 주류시장의 변화에 맞춰 고객 맞춤식 밀착경영과 제품 출시 등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주요 행사에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 찾아가는 봉사활동으로 지역민과 함께하는 나눔 문화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며 “지난 부진을 털고 고객과 함께 글로벌 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무학의 비상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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