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닥친 벤처투자, K-BDC 도입 최적기"
'2023 ICSA 컨퍼런스', 美英전문가 모험자본 접근성 제고 주문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0일 14시 4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3 ICSA 국제컨퍼런스'에서 조나단 복 블랙스톤 대표가 K-BDC 도입 필요성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범찬희 기자)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벤처‧스타트 업계의 염원인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금융투자업계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시들해진 국내 벤처 투자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이른바 'K-BDC'(한국형 BDC)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ICSA(국제증권협회협의회) 국제컨퍼런스'의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2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3 ICSA 국제컨퍼런스'에서 "국내 모험자본 시장에는 엑셀러레이터, 크라우드펀딩, 벤처캐피탈(VC), 사모펀드(PE) 등 다양한 제도들이 있지만 최근에는 경제활동 인구 감소, 저성장 고착화, 금리인상 등으로 인해 벤처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험자본 시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BDC, 영국 VCT와 유사한 '한국형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가 조속히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DC는 리테일(개인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유망한 비상장 벤처기업,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상장 폐쇄형 공모펀드를 말한다. 이를 통해 리테일 시장에서도 벤처 투자 접근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벤처기업은 기관 중심으로 조성된 LP(유동성 공급자)가 리테일로 확장되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용이해진다. 또한 거래소에 상장되는 만큼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쉽다는 것도 BDC의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에도 BDC 도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BDC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해 5월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정당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회 정무위원회에 1년 가까이 계류돼 있다.


2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3 ICSA 국제컨펀런스'에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범찬희 기자)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BDC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미국과 영국의 운용사 관계자들이 패널로 참석해 'K-BDC' 도입에 힘을 실었다. 미국 블랙스톤(Blackstone)의 조나단 복(Jonathan Bock) 대표는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에도 BDC가 도입됐고 자본 흐름이 수월해지는 효과를 봤다"며 "BDC가 가진 투명성 덕분에 전 세계 자산운용사들이 BDC를 서둘러 도입하고 있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 역시 BDC 도입을 통해 자본시장 발전을 추진 중인 걸로 아는데, 몇 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며 "BDC 도입이 한국 시장에 야기할 의도치 않은 결과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름이 가진 힘을 과소평가 하지 말고 한국에서 BDC의 명칭을 어떻게 정할지에 대해서도 심사숙고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판 K-BDC인 'VCT'에 대한 사례도 심도있게 논의됐다. 지난 1995년 영국에 도입된 VCT는 1000여개 기업에 투자하며 영국의 경제 발전을 이끈 비히클(투자수단)로 평가된다. 영국 현지 옥토퍼스 인베스트먼트(Octopus Investment)의 조나단 딕스(Jonathan Digges) CIO는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75% 가량이 VCT가 아니었다면 충분한 재원 마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답했다"며 "의심의 여지 없이 VCT가 기업 생태계 구축과 혁신 장려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컨퍼런스를 주최한 금융투자협회도 K-BDC 도입 필요성에 뜻을 같이했다. 서유석 금투협 회장은 "미국의 BDC와 영국의 VCT도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벤처투자가 위축된 현재 상황과 비슷한 시기에 도입이 된 만큼 지금이야 말로 BDC 도입의 최적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ICSA 컨퍼런스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주요 현안과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매년 대륙별 순차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Future-proofing the Financial Industry'(금융 산업의 미래를 대비하다)'라는 주제로 서울에서 열린 올해 컨퍼런스에는 서유석 금투협 회장, 이복현 금감원장, 김정각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 300명 이상의 국내외 시장참여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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