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프레임’ 남양유업, 배당확대 가능한가
국민연금 주주제안 결정, 남양 5년간 영업이익률 평균 0.39%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국민연금기금(이하 국민연금)이 남양유업에 배당정책을 담당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라고 주주제안에 나섰다. 이익잉여금이 쌓이고 있는 만큼 배당을 늘리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지배구조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3월 개최예정인 주주총회에서 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난 7일 주주권행사 분과위원회를 열고 남양유업에 배당정책 수립 및 공시 관련 심의자문 위원회를 설치토록 하는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이 배당정책과 관련해 기업에 정관 변경 주주제안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라는 압박카드를 꺼내들게 된 이유는 남양유업의 저배당 정책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게 주요인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2016년 6월부터 남양유업에 배당 확대를 요구하며 대화대상기업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어떤 변화도 없자 2017년 비공개중점관리기업으로 전환한데 이어 작년 공개중점관리기업 명단에 올렸다.


그럼에도 남양유업은 변화 기미를 전혀 보이질 않고 있다. 실제 2010년 결산배당금부터 보통주는 1주당 1000원, 우선주는 1050원을 고수 중이다. 이렇다 보니 배당성향은 2015년 3.23%, 2016년 2.31%, 2017년 17.13%로 3년 연속 상장사 평균(33%)를 밑돌았고, 배당수익률은 같은 기간 0.14%, 0.14%, 0.15%로 은행 이자보다도 못한 수준을 기록했다.


반대로 배당의 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은 매년 증가추세다. 작년 3분기 남양유업의 이익잉여금은 9151억원으로 4년 전인 2014년에 비해 741억원이나 늘어났다. 이처럼 남양유업 곳간에 재원이 쌓여 있다 보니 국민연금 입장에선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남양유업이 배당 확대 여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고 있다. 2013년 불거진 대리점 갑질 파문 이후 수시로 크고 작은 사건·사고에 휘말리며 수익성이 형편없이 쪼그라든 상태여서다. 실제 2012년만 해도 영업이익률이 4.67% 수준에 달했지만 이후 5년(2013~2015년)은 평균 0.39%에 불과하다. 아울러 작년 3분기도 0.62%로 1%에도 못 미쳤다.


원재료 가격상승, 원활치 않은 제품판매, 수시로 터지는 사건·사고 등 남양유업이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보수적 자금운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익잉여금이 쌓였다고 무분별하게 배당을 확대할 수 있냐는 게 일각의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 주주 입장에서는 남양유업의 저배당 정책에 대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끝없는 시련을 겪고 있는 남양유업 입장에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야 하다 보니 배당 확대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은 압박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남양유업은 2018 결산배당금을 크게 늘리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의 배당 관련 주주제안이 3월 개최예정인 주주총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평가다. 정관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의결권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도 이 회사 홍원식 회장 등 특수관계자와 비교해 턱없이 적어서다. 작년 9월말 기준 홍 회장(51%) 등 특수관계자는 남양유업 지분을 55% 보유 중이고, 국민연금은 6.6%로 격차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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