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대세 역행' 5% 메자닌 연이어 발행
최대주주 지배력 고려해 CB에는 콜 옵션 삽입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6일 07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권일운 기자]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한창이 연이어 메자닌(Mezzanine, 주식연계채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제로(0)' 금리가 메자닌 시장의 대세로 자리매김했음에도 불구, 적잖은 금융비용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메자닌을 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창은 오는 26일 100억원 규모의 64회차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운영자금 20억원과 기존 채무 80억원을 상환하려는 목적이다. 100억원 가운데 70억원은 유진투자증권이, 30억원은 시너지IB투자가 각각 매입키로 했다.


한창 64회차 CB의 금리는 표면이자율 3%, 만기이자율 5%로 설정됐다. 만기는 3년이며, 만기 전에는 표면이자율에 해당하는 이자의 일부를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0%짜리 재무적 투자자(FI)를 대상으로 한 사모 메자닌이 대거 발행되는 시장 분위기와는 달리 상당한 수준의 금융비용을 치러야 하는 셈이다.


전환가는 최근 주가를 반영한 1360이다. 하지만 전환가액 조정(리픽싱)이 액면가인 500원까지 가능하게끔 돼 있다. 통상 주가 하락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정하는 리픽싱 한도는 최초 전환가의 70~80%가 일반적이며, 높아야 50%로 설정한다. 하지만 액면가까지 리픽싱이 가능토록 한 것은 발행사(한창)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라는 평가다.


최초 전환가로 64회차 CB 전량을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투자자들은 9.9%의 한창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한창의 최대주주인 에이치제이에프앤아이가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더라도 7.7%(보통주 기준)에 불과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는 부분이다. 리픽싱이 큰 폭으로 단행돼 투자자들이 확보할 수 있는 주식이 늘어날 경우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창 최대주주는 콜 옵션(매도청구권)을 통해 지배력 약화를 최대한 방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64회차 CB 가운데 30%인 30억원 어치를 투자자들로부터 사들일 수 있다는 것이 콜 옵션의 골자다. 콜 옵션 행사자를 최대주주 또는 최대주주와 관련있는 제 3자로 설정할 경우 적게는 3.2%, 많게는 8.2%(액면가로 리픽싱 가정)의 한창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리픽싱이 큰 폭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에 발행한 CB가 오히려 최대주주 측의 지배력 강화 수단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주가가 하락해 리픽싱이 대폭 이뤄졌을 때 콜 옵션을 행사하면 적은 비용을 들이고 지분을 대거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최대주주 측의 콜 옵션 행사로 인해 수익을 극대화할 기회를 놓친 CB 투자자들은 그 반대급부로 적잖은 이자를 받게 된다.


한창은 불과 2개월 전에도 CB와 교환사채(EB)를 발행해 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적이 있다. CB는 15억원, 한창이 보유하고 있던 한주케미칼 주식(비상장)을 기초자산으로 한 EB는 35억원 어치를 각각 발행했다. 투자자로는 마그나인베스트먼트와 동국제약, 진학사가 참여했다.


이때 발행한 CB와 EB 모두 만기이자율은 이번에 발행한 62회차 CB와 5%로 동일했다. 대신 CB는 3%의 표면이자율(3개월 마다 이자 지급)을 적용했지만, EB는 중간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표면이자율 0%) 조건으로 발행했다.


전환가나 교환가를 조정할 수 있는 리픽싱 조항에도 다소 차이가 있었다. CB 리픽싱은 62회차 보다는 덜한 1011원(최초 전환가 대비 70%)까지만 가능토록 했다. EB 리픽싱은 현재 유진투자증권 주관 아래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한주케미칼의 공모가에 따라 변동 가능토록 책정했다.


CB에는 어김없이 콜 옵션이 부여됐다. 발행 금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억원 어치의 CB를 한창 또는 한창이 지정하는 제 3자가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대신 콜 옵션은 투자자의 수익 실현 기회를 박탈하는 장치인 만큼, 콜 옵션 행사시에는 원금에 7%의 이자를 가산한 금액에 CB를 사들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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