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Q 재고평가손실 환입금 9000억원
올 들어 HBM 수요 늘어, 공급 부족 여전…캐팩스 규모 증가 전망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5일 15시 5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 신규 팹(Fab) M15X 건설 조감도. (제공=SK하이닉스)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판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낸드플래시 제품 중심으로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의 환입이 발생했고, 환입 규모는 전분기보다 조금 상승한 약 9000억원 수준입니다."(김우현 SK하이닉스 CFO)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조8860억원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재고평가손실 환입금 덕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2~3분기에도 메모리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추가적인 재평손 환입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재고가 줄어들고 가격 상승폭도 둔화되는 만큼 환입 규모는 점차 축소될 전망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는 25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1분기에 낸드는 수요 약세 환경에서도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 드라이브) 제품 중심의 프로덕트 믹스 개선과 예상보다 높은 가격 상승, 이에 따른 재평손 환입 등으로 흑자전환 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D램과 낸드의 기대 이상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재고평가손실 환입금이 크게 늘면서 증권가 영업이익 컨센서스 1조8000억원을 크게 넘긴 2조9000억원대 실적을 냈다. D램의 평균판매가격(ASP)는 20%, 낸드는 30%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에도 SK하이닉스가 기대 이상의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은 D램 재고평가손실 충당금 환입이 예상보다 큰 4821억원을 기록하면서다.


김 CFO는 "2분기에도 우호적인 가격 환경과 당사가 경쟁력이 있는 고용량 eSSD 제품의 급격한 수요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재평손 환입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흑자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며 "빠르게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솔리다임의 경우 고용량 eSSD의 매출 증가 효과가 큰 만큼 계속해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고용량 엔터프라이즈 SSD에 대한 수요 증가가 실적을 뒷받침해줄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의 스토리지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으며, 작은 공간에도 많은 저장 용량을 확보할 수 있는 낸드의 장점이 AI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고, AI를 활용하고자 하는 개별 기업들이 기술 보안이나 맞춤화를 이유로 구축형 AI 서버를 구축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크다. 특히 최근 QLC(Quadruple Level Cell) 낸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용량 QLC SSD는 솔리다임만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SK하이닉스에게 유리할 전망이다.


김석 SK하이닉스 낸드 마케팅 담당은 "HDD 같은 기존 스토리지 솔루션 대비 빠르면서, 소비 전력이 낮은 고용량 낸드 솔루션이 총 소유 비용(TCO) 관점에서 매력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이러한 수요는 AI 시장 확대로 인해 발생하는 신규 수요이고, 구조적인 변화일 수 있다는 점에서 낸드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빠른 속도와 전력 절감 외에도 데이터센터 공간 제약을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 니즈가 있어 기존 eSSD 제품 용량을 크게 상회하는 30TB(테라바이트), 60~128TB의 고용량 eSSD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김석 담당은 "이러한 초고용량 eSSD 구현을 위해서는 현재 시장의 주류인 TLC 보다는 QLC 기반 제품이 필요하다"며 "솔리다임이 업계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QLC 기반 60TB 이상 고용량 eSSD 솔루션을 통해 수요 업사이드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낸드 생산량은 크게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는 D램 대비 뒤늦게 AI로 인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일반 응용처의 수요 개선이 의미있게 나타나지 않고 있고, HBM과 같은 공급 상의 제약이 없는 점을 고려해 D램에 비해서는 보다 신중하게 가동률 회복에 대한 결정할 예정이다.


김석 담당은 "고용량 eSSD처럼 수요가 개선 중인 제품에 한해서 가동률을 점진적으로 회복 시켜 나가고 있다"며 "중국 대련 팹의 144단, 192단 제품 양산을 이어나가 고용량 eSSD 수요 업사이드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HBM을 제외한 범용 D램 제품의 경우 하반기 수요가 늘어나면 숏티지(공급 부족)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에도 AI향 수요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고 기존 응용처의 수요는 전반적으로 작년 대비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HBM은 일반 D램에 비해 다이(Die) 사이즈가 2배 가량 크기 때문에 일반 D램에 비해 더 많은 웨이퍼 캐파를 필요로 한다. 이에 올해 일반 D램의 생산에 활용되는 웨이퍼 캐파는 제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하반기에 PC, 스마트폰, 일반 서버 등 기존 응용처에서 수요 개선이 이루어질 경우 현재 고객들과 메모리 공급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 소진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수요가 예상을 상회한다면 이들 제품에 대한 공급이 부족해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BM3E의 경우 올해는 고객이 원하는 8단 제품을 양산하고 HBM3E 12단 제품은 고객의 요청 일정에 맞춰 3분기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고객 인증을 거쳐 내년에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조만간 HBM3와 비슷한 수준의 수율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지고, 원가 측면에서도 빠른 안정화를 추진 중이다.


김규현 담당은 "HBM3E는 선제적인 투자로 생산능력을 끌어 올리고 있고, 수율과 품질개선 등 생산성 향상 활동을 추진하며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기존 제품 대비 수익성 측면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HBM 수요와 관련해서는 클라우드서비스제공자(CSP) 업체들의 AI 서버 투자 확대, AI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추가 수요 등으로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6개월 전 대비 HBM 수요 가시성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는 모습이라는 분석이다.


김규현 담당은 "공급사들의 캐파 확대로 인해 HBM 시장이 공급 과잉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일부 우려 관련해서는 여전히 AI 성능 향상을 위한 파라미터 증가 등 다양한 요인으로 급격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내년 캐파 규모는 장비 리드타임 등 생산 증가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해 현재 고객사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캐팩스 규모는 연초 대비 증가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연초 대비 개선된 HBM 수요를 반영해 투자 규모를 계속 검토 했다. 중기 팹 활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적인 팹 투자를 결정했다. 전날 SK하이닉스는 AI향 메모리 시장에서 리더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D램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M15X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M15X는 2025년말 오픈 예정이며 TSV 캐파를 확장 중인 M15와 인접해 있어 HBM의 생산을 최적화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용인은 부지 조성 작업이 진행 중으로, 2027년 첫 팹 오픈을 목표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인디애나 어드밴스드 패키징 시설은 AI 반도체 기술 리더십과 고객 협력 기반 강화를 위해 미국 본토에 짓기로 결정했다. 2028년 하반기 생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우현 CFO는 "해당 증가분은 수요 가시성이 뚜렷하고 수익성이 높은 제품의 생산 확대와 중기 인프라 확보를 위한 것으로서 단기 범용 제품의 수급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경쟁력이 있는 제품 위주로 시장 리더십 유지와 신규 기회 포착에 필요한 필수 투자에 우선 순위를 두고 투자 결정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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